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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자연의 피라미드 [강도보다 빈도]

등록일 2022-02-03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013

 

 

49

 

자연의 피라미드


[ 강도보다 빈도 ]

 

 

  자연. 피라미드. 이 두 단어를 들으면 보통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떠올릴 것이다. 넓은 면적의 아래 쪽에 식물과 약한 동물이 놓이고 점차 위로 올라갈수록 소위 센 동물이 위치하는데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최고 포식자 즉 인간이 서게 된다. 위로 갈수록 힘이 세고 수가 적어진다. 내용은 다르겠지만 지금 소개하려는 ‘자연의 피라미드(Nature Pyramid)’도 피라미드의 이 기본 속성은 그대로 가진다. 그럼 자연의 피라미드(Beatly, 2016)에 대해 한 번 알아볼까.

 

  자연이 좋다고 한다. 다양한 자연인들이 끊임없이 출연하는<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생활다큐가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것을 보면 자연 속에 살고자 하는 열망 적어도 관심은 지대하다 하겠다. 특히 중년의 남성들이 그러한 것 같다(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절실한 걸까?). 게다가 등산을 즐기는 인구 또한 엄청나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자연 자체보다는 등산 후의 맛난 식사, 캠핑의 꽃 바비큐가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을 접한 후나 자연 속에서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맛이 더한 것일 게다. 때로 혼자, 때로 함께 하는 자연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것에 나이차, 성차, 개인차 등이 있을 수는 있을지라도 자연이 싫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경험하는 빈도와 방식에는 차이가 클 것이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광활한 그랜드 캐년이나 중동의 사막, 눈 덥힌 알프스 등을 한두 달씩 여행할 수도 있다(정말 좋겠다). 이것은 평생 한번 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경험이지만 그 임팩트는 어머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으니 한 달에 한 번 국내의 여러 산으로 등산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한국에서는 고개 돌리면 보이는 것이 산이지만 철철이 아름답게 변하는 명산들도 많으니 반드시 정상을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그 근처에 가거나 휴양림을 탐방하는 것도 좋다.  

 

  등산이나 캠핑, 자연으로의 나들이가 어렵다면 그냥 일단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권한다. 요즘 우리나라 웬만한 동네에는 공원이 있고 또 개천 따라 만들어 놓은 산책로도 많아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것을 즐기기 참 좋다. 이 정도라면 조금 더 자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녹지가 있는 공원은 일종의 사회적 평등장치라니 지역을 막론하고 공원은 더 많아야 한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도 자연을 접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실내에서 식물에 물을 주거나 아님 창 밖으로 보이는 자연풍경을 감상(그림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것도 가능)하는 것도 좋다. 식물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워보는 것이 더 좋겠지만 여간해서 죽지 않는 관엽식물 화분을  들여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것은 난이도 下 이지만 자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자연의 피라미드(글쓴이가 대강 그려본 위 그림을 참조하라)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자연을 경험하는 강도(그 만큼 효과도 크다)는 세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활동이며 아래로 내려갈수록 자연의 체험 강도는 점점 약하지만 쉽게, 자주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위로 올라갈수록 시동에너지(시간, 돈 등)가 많이 들지만 몰입도와 자연경험을 통한 혜택이 크다 하겠다. 그럼 이 자연의 피라미드를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 뭐 다른 방법이 없다. 각자 제 처지에 맞게 하면 된다. 그런데 빈도가 증가하면 강도를 능가할 수 있다는 것 아는가. 

 

  현실적으로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귀중한 자연경험을 하기가 어렵다면 피라미드의 중간 또는 바닥의 시동 에너지가 적게 드는 자연경험이라도 자주 많이 하면 된다. 일단 발을 들여 놓으면 나도 모르게 점점 피라미드 꼭대기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역시 피라미드란 상향 욕구를 발동시키나 보다. 저기 위 자연의 피라미드 그림 옆의 저녁 노을(대구대 캠퍼스에 찍은 사진)을 보라. 아름답지 않은가. 캬~ 예술이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 노을은 시각적 아편이라더니. 주변을 둘러보고 나에게 가까운 자연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강도보다 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