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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겨울방학특집) 그래도 융(3) [꿈보다 해몽]

등록일 2022-01-24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089

 

 

 

48.

 

* 겨울방학 특집_그래도 융(3)
 

꿈보다 해몽
 

[ 신비로운 융의 꿈, 예지몽 그리고 사후 세계 이해 ]

 

 

 

첫 번째는 융과 그의 아내 엠마(스위스 시계회사 IWC 의 딸로 유복하게 자랐고 정신분석학을 공부했음)
두 번째는 1911년 국제정신분석학회 단체 사진(가운데 프로이트 옆에 키 작은 남성이 융, 두 사람 사이 앞줄에 엠마)
세 번째는 2011년에 개봉된 영화 , 융과 프로이트 사이에 키이라 니이틀리(주연)가 위치함 

 

 

  예지몽을 꾸는 사람이 있다. 꿈에 조상님이 나와 로또 번호를 알려주었다(분명 그 번호 맞지 않았을 것임)는 믿기지 않는 말들이 돌아 다닌다. 꿈에 뭔가 숫자 같은 것이 나오면 나도 꼭 로또를 사리라 마음 먹지만 꿈에 숫자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현재의 내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은 꿈을 몇 번 꿔 본 적은 있지만 그야말로 예지몽은 한 번도 없었다. 융은 예지몽을 꾸었고 꿈 속에서 죽은 이들을 만났다. 융은 무의식의 직접적인 표현인 꿈을 자연의 과정으로 보았다는데 어려운 프로이트 꿈 분석과는 좀 다르게 꿈을 분석한 것 같다. 여기에서는 융의 놀라운 꿈 아니 기가 막힌 해몽 그리고 환상을 몇 가지를 살펴 보겠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융에게 해몽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아 써 보았다.

 

 

  1차 세계대전의 예고?
 

  융은 1913년 여행 중 북해와 알프스 산 사이의 지대 낮은 북쪽 나라들을 모두 삼키는 무시무시한 홍수의 환상에 압도되는 경험을 한다. 그 홍수는 영국, 러시아까지 미쳤다… 헤아릴 수 없는 수천의 주검을 보았고 바다는 피로 물들었다. 처음에 융은 이것을 정신병의 위협으로 해석하였는데 1914년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 꿈이 예지몽임을 알았다. 놀라운 것은 융의 다음 행동이다. 자신의 체험이 집단의 체험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이해하고자 하며 먼저 자기 성찰에 들어갔다. 나 같으면 내가 또 어떤 것을 예언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텐데 말이다.
 

 


  익사자의 이미지가 아른거려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밑도 끝도 없이 자꾸 익사자의 이미지가 아른거렸다고 한다. 집에 도착해서 손주 아이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구조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건 뭘까? 융이 말하는 동시성이다. 왠지 섬뜩하다. 융은 집에 올 때까지 마음 속으로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죽지 않기를 빌고 있었던 것일까. 여기서 나는 어디선가 들었던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자주 보이는데 어머니가 계속 춥다거나 축축하다고 하셔서 아무래도 이상해서 어머니의 묘소를 파보니 지하수가 어머니의 관으로 침입해 있더라는…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융은 프로이트와의 결별을 예고하는 꿈을 자주 꾸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의 산악지대 풍경이 담긴 꿈이 융에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아마 스위스는 융을, 오스트리아는 프로이트를 상징하는 것이었겠지. 프로이트를 진심 존경했던 융은 처음에 자신의 판단이 프로이트와 달라도 억제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두 사람의 갈라섬은 이미 예고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이트에 대한 융의 존경심과 충직함 그리고 인내심이 없었다면 권위적이고 강한 포스의 프로이트와 애초에 깊은 관계에 이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융의 머리를 곱슬로 만들려고 했던 흑인 이발사


  융은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었다. 유럽 바깥에서 유럽을 보고 싶었고 문명을 떠나 자연과 인간의 과거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자유를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점차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동화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미국에서 만났던 흑인이 이발사가 되어 자신을 곱슬머리로 만들려고 벌겋게 달아오른 고데기를 머리에 대는 꿈을 꾸었다. 이를 융은 자신의 경계가 무너지는 위협으로 느꼈고 이후 여행을 마무리했다. 가만 두었다가는 영영 그곳에 머물 것 만 같았나 보다. 내 생각엔 거기에 머물러 살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에게는 풀어야 할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과제가 있었으니 정신을 차려야지 싶었던 모양이다.

 

 

  죽은 아내 엠마가 나타나
 

  융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지지자였던 아내 엠마와는 사별을 했다. 엠마가 10대일 때 그녀를 처음 만났던 융은 첫 눈에 그녀가 자신의 배필임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감각이 있었던 그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조건을 갖춘 뒤에 구애하여 그녀와 성공적으로 결혼했다. 엠마 또한 정신분석가였고 부잣집 딸이어서 융은 여러모로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그런 엠마가 죽은 뒤에 꿈에서 본 모습은 죽기 전에 하던 그 연구를 계속하던 모습이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것을 융의 마음 속 엠마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융은 엠마가 사후 세계에서도 연속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 이것은 윤회, 환생과 같은 사후 세계의 존재에 대한 융의 탐구와도 닿아 있다.
 

 

 

  26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요청한 결혼 상담(어머니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융의 꿈에 아버지가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돌아가신 지 26년 만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심리학자인 아들에게 결혼상담을 해 달라고 했단다. 융은 곧 어머니가 돌아가실 것을 예감했다. 융의 부모는 그다지 좋은 부부 사이가 아니었다고 한다. 곧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저승에 있는 아버지는 다시 결혼생활을 시작해야 하니 아마도 걱정이 되어 정신과 의사인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온 모양이다. 사실 나는 여기서 빵 터졌다. 이처럼 융은 소위 ‘이승’ 그리고 영혼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교양이 부족했던 친구의 심리학 입문
 

  마음씨는 좋았으나 다소 교양이 부족했던 죽은 친구가 융의 꿈에 나타났다. 그런데 생전의 모습과 달리 심리학자인 자신의 딸에게 심리학을 배우기에 바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생전에 부족했던 교양과 지식을 사후 세계에게 보충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나는 빵 터졌다. 하지만 융은 진지하게 설명한다. 융에 의하면(단순화 시켜 말하면), 사람이 살면서 해결이 안 된 것이 있으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 생에 또 태어나는 것이다. 또는 조상이 해결하지 못한 것이 후손에게 부여되기도 한단다. 이 대목에서 나는 <전설의 고향>에 자주 등장했던 이승에서 한을 품고 죽은 사람이  원귀가 되어 구천을 헤매는 모습이 떠올랐다. 예가 좀 그렇지만 유사한 원리가 아닐까.

 

 

  융에게 배운 것을 적용한 꿈 사례 해석 : 


  웃어 넘긴 꿈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내 엄마의 꿈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 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는 걸 보니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확신하며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5번째 기일 무렵 아버지가 엄마의 꿈에 나타나셨다(엄마가 아버지를 불러낸 건지 모르겠지만). 엄마가 말씀하시길, 꿈 속에서 아버지는 ‘박사 공부 하느라 그 동안 바빴다’고 말씀하셨단다. 처음 그 꿈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아버지의 등장이 반갑고 그 꿈은 엄마의 내면과 유머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융의 꿈 해석과 그의 사후세계관을 접하고 그 꿈을 생각해 보니 뭔가 새롭게 이해되는 바가 있었다. 엄마는 평소 예지몽을 꾸는 편(예감이 잘 맞는 스타일)이었고 아버지는 책 보기를 좋아하시고 학구열이 높았다. 그래서 아버지는 저 세상에서 가서도 열심히 공부 하고 계신 거였고 이를 엄마가 알아차리신 것이다. ㅎㅎ 이번 기일에는 최근에 출판된 책들 중에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좋아하셨을 법한 책을 몇 권 제사상 옆에 함께 올려야겠다. 그 동안 신간을 못 봐서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죄송합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융 박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