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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요즘 한국인의 감정 표현

등록일 2021-12-13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091

 

 

42

 

요즘 한국인의 감정 표현

 

[ 헐, 대박으로 끝 ] 

 


  감정이나 기분을 나타내는 단어나 표현을 써보라. 설마? 좋다, 나쁘다, 이것으로 끝? 그런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연세 많은 남자분들. 기쁠 때는 뭐라고 표현하는가? 당연히 기쁘다 겠지. 그럼 슬플 때는 뭐라고 표현하는가? 이것도 슬프다? 그럼 무서울 때는? 무섭다… 무슨 법칙 같다. 요즘 생긴 또 하나의 법칙(?)이 있다. 기쁠 때,  놀랐을 때, 황당할 때, 언짢을 때 등등 매우 다양한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외마디… 바로 헐 또는 대박이다. 대박(Dabak)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될 정도라고 하니 그야말로 대박이긴 하다.

 

  감정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다. 그런데 양극단(좋다-나쁘다)만 사용하거나 감정의 명칭(기쁨, 슬픔, 두려움)에 ‘-다/-하다’만 붙여서 표현한다면 감정의 극히 일부분만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왠만한 강도 이상의 감정에 대해서는 유형과 방향을 구분하지 않고 ‘헐/대박’ 같은 알 수 없는 외침(일종의 의성어 같기도 하고)으로 표현하는 것은 강렬하지만 감정의 적절한 교류에는 혼란을 줄 수 있다. 이것이 점점 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뭔가를 분명하게 하는 것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한 자연스러운 적응방법(이런 걸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하나?)인 것도 같기는 하다. 

 

  하지만 한 개인 내에서 볼 때에는 감정이 섬세하게 분화되어 있는 것이 아닌 쪽보다는 더 성숙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위와 같은 단조롭고 미분화되고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정서 표현을 좀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혹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어렵다면 감각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해서 명명을 해 보자.

 

 

 


  감정의 스펙트럼이라고 말했으니 이것을 응용해서 무지개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 중에서 자신의 느낌을 한 번 골라보자. 가령 지금 자신의 기분이 느낌 상 ‘초록’인 것 같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 초록이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는 감정 단어를 골라본다(예: 초록→따뜻하다→활기차다). 색깔에 부여하는 느낌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자신만 알면 되니까 괜찮다. 여유가 있다면 <색깔 아이스크림 > 이라는 동요를 한 번 들어 보라(https://www.youtube.com/watch?v=ALJT5azfShI). 먹고 싶은 색깔의 아이스크림마다 기분을 매치하는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노래인데 감각과 정서의 연결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또는 차가운 얼음에서부터부터 펄펄 끓는 뜨거운 물, 즉 온도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내 감정의 온도는 지금 몇 도?’ 이렇게 자문해 보는 것이다. 흔히 열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감정은 온도로 표현이 가능하다. 온도는 상승과 하강이 있기 때문에 감정의 고저를 생각하기가 용이하다. 실제 심리상담 장면에서도 정서의 온도계 같은 것을 상정하여 우울이나 불안의 정도를 측정하는 데에도 자주 사용한다. 조금 더 응용해 본다면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재는 풍향계나 풍속계를 이용해도 좋겠다. 창의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으니 자신에게 와 닿게 응용을 해 보기 바란다.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다 넓게 사용해 보자. 그만큼 정서생활이 풍부해지고 삶은 다채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왕 사는 것 단조로운 흑백 보다는 컬러풀한 삶을 살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