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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새끼 길냥이의 처세술 : 귀여울 것

등록일 2021-11-30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040

 

 

 

40.

 

새끼 길냥이의 처세술: 귀여울 것
 

[ 귀염의 권력? ]

 

 

  지난 주 캠퍼스에서 만난 새끼 고양이가 계속 눈에 ‘밟힌다’(우리말의 이런 표현, 감탄이 나온다). 분명 주인 없는 길냥이일텐데. 요즘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길냥이라서 고양이를 마주치는 것은 뭐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었다. 그 새끼 길냥이는 나와의 첫 아이컨택을 반사적으로 피하였지만 이내 나를 졸졸 따라 왔다. 분명 요즘 고양이들 강아지로 변신 중임이 틀림 없다. 개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수중에 먹을 것은 고사하고 동전 하나 없는 상태. 조금 더 성의가 있었다면 고양이 간식이라도 사서 줄 테지만 한 번 밥을 주면 주기적으로 주어야 할텐데(책임질 수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마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그럴 자신도 없고 해서 그냥 생까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계속 그 길냥이가 생각났다, 자꾸. 그 새끼(절대 욕 아님) 정말 귀여웠다. 정말.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뭐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사실 이것은 위험한 생각임)는 거친 대중 철학에 따른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타인을 내 뜻대로 움직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진화심리학의 대가인 D. Buss(1992)는 11가지로 분류하였다. 나는 B가 b하게 만들고 싶다고 가정하자.

 

[매력]  B에게 사랑스럽게 요청한다. *사랑스럽게 대신 귀엽게/다정하게 등등도 가능함


[강제]  그것을 할 때까지 B에게  소리지른다.


[묵살]  B가 b할 때까지 B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논리]  B에게 b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퇴행]  B가 b할 때까지 징징거리며 우는 소리를 한다.


[자기비하]  B에게 복종하고 나를 비하(예, 무능함 강조)하여 B가 b하게 만든다.


[책임호소] 책임을 호소하여 B가 b하게 만든다.


[강경한 태도] B를 때려서 b하게 만든다.

 

[즐거움 유도] B에게 b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보여준다.


[사회적 비교] B에게 다른 모든 사람들이 b한다고 말해 준다.


[금전적 보상] B에게 돈을 줘서 b하게 만든다.

 

 

  어떤가. 많은 방법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늘 한 두가지 방법만 써 왔을 것이다. 내키지 않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나는 [논리]가 최선이라고 착각해 왔었다. 조금 살아보니 세상은 합리적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았다. 명심할 것은 이 분류는 성공 여부와는 별개라는 점이다. 하지만 많이, 자주 성공하면 이 또한 일종의 권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남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니.

 

  그 새끼 개냥이는 어떤 전략(의도적인 것은 아니고 생존을 위한 일종의 진화적 방편)을 쓴 걸까. 코시국에 사람이 적어진 이 캠퍼스에서 어렵게 만난 냉정한 한 인간 작자에게  뭐라도 얻어 먹기 위해 그 고양이는 자기에게 내재된 야생의 맹수성을 드러내 상대를 위협하지 않았고(위협도 안 되었겠지만)  그냥 ‘귀염’으로 어필해서 자신을 케어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비록 나는 그 귀염에 저항했지만. 당연히 인간세상과는 다르겠지만 그 고양이로서는 [매력]전략이 최선이다. 그와 같은 매력 어필 방법은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어린 개체들이 무의식적으로 써 왔다.

 

  동물의 모든 ‘새끼’는 특유의 귀여운 생김새를 지니고 있고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과 안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면서 기꺼이 자신을 보호하고 사랑해 주게끔 만든다. 한 번 떠 올려 보라. 뒤뚱뒤꿍 걷는 아가들, 삐약거리는 노란 병아리, 새끼 수달, 귀 접힌 새끼 강아지, 심지어 맹수인 아기 사자나 호랑이까지 세상의 웬만한 어린 것들을. 요즘 들어 귀여운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귀염이 살아가는 데 도움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 귀염은 이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일종의 권력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귀염,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보너스>


고양이 얘기가 나온 김에 캠퍼스에 만난 고양이 사진에 제목을 붙여 보았다. 즐감 하시길~

 

                 

꽃보다 고양이           ↑ 이 물 다 내 꼬~       ↑ 이쁜 척하면 혹시나?


 

 

↑나도 취업이나 할까?

   

 

↑일단 다 따긴 했는데…(교내 과수원 사과나무 아래에 우우루 떨어진 애기사과들)

 
 


↑변검 (고양이 3마리 임/ 0.1초 만에 누런 셔터에 담긴 두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