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레몬 테스트? [침이 많이 고일수록]
39.
레몬 테스트?
[ 침이 많이 고일수록 ]
노란 빛의 레몬을 떠올려 보라… 어째 입 안에 침이 조금씩 고이는가? 아무런 변화가 없는가? 살면서 레몬을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침이 고일 것이다. 뭐 식탐은 아니고 레몬의 그 신맛에 대한 우리 뇌의 기억이 자동으로 침을 분비시키는 것이다. 그 양은 개인차가 있다. 진짜 레몬 조각 또는 레몬 즙이나 주스를 입에 살짝 갖다 대어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레몬에 대한 침 분비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내향적인 사람이다. 의외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레몬 테스트’이다.
이것은 레몬 즙(주스)을 접했을 때 피검자들의 침 분비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보고 그냥 이름을 붙여 본 것이다. Corcoran(1964)이 처음 시행했고 이후 Eysenck & Eysenck(1967)가 비슷한 실험을 했다. 자신이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지는 대개 누구나 알고 있다. 내향성과 외향성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고 또 개인이 생각하는 정의 또한 각양각색이라서 가끔 내향성과 외향성에 대한 판단이 틀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레몬 테스트는 무엇을 근거로 하고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 번 살펴보자.
내향인(내향적인 사람을 지칭)과 외향인(외향적인 사람을 지칭) 중 누가 각성 수준이 높을까. 각성(arousal)은 생리적인 수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생리적 각성 수준이 높은 사람이 아마도 외향인 아닐까 이렇게 흔히 생각한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초기 연구에서 외향인은 내향인보다 평소 각성 수준이 낮아서 각성 수준을 높이려고 자극이 되는 활동을 많이 한다고 보았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내향인은 겉보기와 달리 평소 뇌의의 각성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이후 연구를 더 해 보니 외향인과 내향인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이것을 휴지기라고 함)는 각성 수준이 동일했다는 결과를 발견하였다. 그러니까 잠을 자거나 어두운 곳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 외향인과 내향인의 뇌의 각성 수준은 동일하다는 뜻이다. 차이는 외부 자극에 대한 각성 반응도(각성도; arousability)에서 났다. 즉 내향인이 외향인보다 자극에 대해 생리적 반응(뇌 활동 수준)이 더 컸다(Gale, 1987).
여기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외부에서 자극이 들어왔을 때 내향인은 뇌 각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추가의 자극을 구할 필요가 없는 것에 비해 외향인은 각성을 높여줄, 현재 높아지지 않고 있는 각성 수준을 높여줄 외부의 자극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TV 리모컨을 눌러 채널을 빨리 넘기는가? PT 슬라이드가 잘 안 넘어간다고 계속 다음 키를 눌러대는가?, 조용한 도서관보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 되는가?...
연구에 의하면,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외향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스마트(?)해진 요즘 세상에는 모두가 지연(delay)를 참지 못하고 뭐든 마구 눌러 대고 있지만. 이후 이어진 연구들들에서는 외부 자극에 대해 뇌가 잘 반응하여 각성도가 쉽게 올라가는 내향인이든, 뇌의 각성 반응도가 낮은 외향인이든 스스로 환경의 자극 강도를 콘트롤할 수 있게만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각성도를 선택하고 또 그에 따라 최고의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음(Geen, 1984)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외향인이든 내향인이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각성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내가 정말 외향적인 성격인지, 내향적인 성격인지를 정확하게 알아내겠다는 것보다 중요하다 하겠다(물론 내향성과 외향성은 레몬 테스트로 간단하게 알아 볼 수도 있지만). 백색 소음을 활용하든, 눈 앞에 쌓여 있는 잡동사니를 치워서 주변을 정리하든, 듣던 음악의 볼륨을 높이든 낮추든, 도서관 보다는 카페에서 공부를 하든… 자신, 아니 자신의 뇌 각성수준이 최적의 상태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