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BTS 뮤비 보기 VS. BTS 뮤비 보는 사람을 보기
37.
BTS 뮤비 보기 Vs. BTS 뮤비 보는 사람을 보기
유튜브로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줄여서 뮤비)를 보는 것은 즐겁다. 나왔다 하면 1억 뷰는 쉽게 넘길 정도로 BTS 의 인기는 끝내 준다. 노래와 댄스 실력은 기본이고 한국의 아이돌 그룹답게 비주얼도 대단하다. 게다가 뮤비에서는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까지 있어 그들의 뮤비를 보는 것은 재미있고 신난다. BTS 의 팬텀인 ‘군단’(Army)이라면 그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MweEpGlu_U https://www.youtube.com/watch?v=qnZl-8MNg2g
그렇게 유튜브로 BTS의 노래를 듣거나 뮤직 비디오를 즐기다 보면 시키지 않아도 AI가 스스로찾아서 옵션으로 띄워주는 인기 동영상들이 있다. 바로 ‘BTS 뮤비 리액션’이다. 이것은 ‘BTS 뮤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어라 ‘BTS 뮤비 보는 것’보다 ‘BTS 뮤비 보는 사람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서양의 젊은 여성들이 등장하는 것이 특히 재미있다). 왜 그럴까. ‘감정/표현’을 키워드로 그 이유에 관해 한 번 생각해 본다. 일단 위 두 동영상을 샘플로 감상해 보라.
첫 번째, 뮤비 보는 사람들의 풍부한 표정을 보는 것이 즐겁다. 동공확장, 구강 오픈, 찌푸린 미간 등이 그들의 표정인데 매우 다양하고 신기하다. 두 번째, 뮤비 보는 사람의 풍부한 언어 표현을 듣는 것이 즐겁다. 영어로 말해도 그 느낌은 충분히 전달된다. 환호성은 기본이고 여러가지 탄성/괴성과 감탄사(대부분 Oh! My God/Gosh) 등이 쏟아진다.
세 번째, 뮤비 보는 사람의 손 동작 등 역동적인 움직임은 생동감을 주어서 흥이 난다. 리듬에 맞춰 고개나 머리를 까닥거리고 때로 과하게 리듬을 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양손을 쳐 들거나 머리를 감싸 쥐고 헤드 뱅잉을 하기도 한다. 네 번째, 뮤비 보는 사람들이 드러내는 감정은 내 감정과 같은 종류이나 그 정도는 증폭된 형태인 것 같다. 때로 자유롭고 풍부하게 그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결론, 뮤비를 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즐겁고 신나는 것인데 이것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뮤비를 보는 서양인들(물론 뮤비 리액션을 찍어 올릴 정도라면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지만)이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을 보니 대리만족이 느껴진다. 게다가 내가 느끼는 즐겁고 신나는 감정이 타당화(validation) 되는 것 같아서 편안하다.
이는 집단의 압력에 의해 같은 반응을 하게 되는 ‘동조(comformity)’와는 다르다. 간혹 나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이것이 상황에 적절한 것인지가 궁금할 때가 있다. 이럴 때 타인의 감정표현은 그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평소 감정 표현이 풍부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나와 동일한 종류의 감정을 타인이 강렬하게 표현해 줄 경우 대리 만족이 된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뮤비 동영상을 즐겁게 보지만 그 가수 뮤비를 보고 다채롭게 리액션을 하는 동영상을 더 신나게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이제 부러워만 말고 BTS 뮤비를 보면서 감정의 리액션(감탄사+풍부한 표정+리듬을 타는 몸짓 등)을 한 번 연습해 보자.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