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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아론 벡을 추모하며

등록일 2021-11-04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047

 

 

36

 

아론 벡을 추모하며 


[ 그가 떠났단다 ]

 

 

  아론 벡(Aron Temkin Beck, 1921~2021) 박사가 11월 1일 별세하였단다.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에서 온 이메일 제목에서 Beck… 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나는 자동적으로 올해 만 100세인 아론 벡 박사가 온라인 강의라도 하는 건가 기대하며 클릭하였다. 그런데 이메일은 그의 부고였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닌데도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조의금이라도 보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친숙한 그였다. 한 사람이 100년을 산다고 해서 모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적어도 심리치료와 정신건강 영역에서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리라. 내  나름대로 그를 회상하면서 추모해 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출처>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

 

 

 단서1:  빨간 보타이(Bowtie)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단연 빨간 나비 넥타이다. 옅은 브라운 자켓과 은은한 은발이 매치된 그의 모습은 왠지 점잖고 부드럽고 젠틀할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의 부고에 올라와 있는 위 사진은 그보다 더 나이든 모습인데 역시 백발, 브라운 자켓에 빨간 나비 착장은 동일하다. 직접 만나본 적 없지만 이름만 수도 없이 들어와 친숙한 그인데 듣자하니 인품도 훌륭하시단다. 어쨌든 나에게 벡과 빨간 보타이는 강력하게 조건형성되어 있고 포근한 느낌은 덤이다.

 

 단서2: 인지적 치료(cognitive therapy) 말고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
  오늘 날 심리치료의 큰 흐름인 인지행동치료는 사실 그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지(cognition)가 중요시되고 각광받게 되는 데에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그럴 만한 맥락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 중점의 치료하면 아론 벡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의 치료가 대문자 C를 쓰는 인지치료(일종의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널리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인지적 치료를 한 대표주자로는 앨리스와 같은 학자도 있다. 그 또한 대단한 치료자이지만 우리는 인지치료, 그리고 CBT 하면 어쩔 수 없이 아론 벡을 가장 먼저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단서3: 협력적 경험주의(collaborative empiricism)
  CBT의  치료적 관계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말이다. CBT 교과서에서 처음 이 말을 보고 너무 재미없게 번역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색다르게 의역을 한다면 ‘함께 시행착오’ 정도 생각해 보았다. CBT를 치료자 주도 치료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정말로 치료자와 내담자는 그야말로 콜라보레이션을 해야 한다. 함께 작전회의를 하고 작전을 시도하고 또 수정하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굳이 치료자의 역할을 정의하자면, 적극적인 코치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단서4: APA에서 상 받고 또 APA에서 상 받고
  미국에는 2개의 유명한 학술단체인 APA가 있다. 바로 APA(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와 APA(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다. 벡은 정신의학자, 즉 의사이고 심리치료의 대가로서 정신의학과 심리학 모두에 영향을 끼쳤고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두 학술단체 모두에서 상을 받았다. 이런 경우는 드물 것이다. 누구 말마따나 치료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 사람이 의사인지 심리학자인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벡은 펜실베니아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들과 교류하며 심리학적 방법론을 치료효과 검증에 적극 활용하였다. 이 점이 CBT 발전, 즉 근거기반치료로의 성장에 원동력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끝으로 100년의 삶을 통해 ‘생각’을 바꾸면 나와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그에게 존경과감사를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