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인생의 자유도(N-k)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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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자유도(N-k) 2
[ N-k, N=사례(경험의) 수, k=제약 조건의 수 ]
인생의 자유도(N-k) (1) 에 이어 간다. (1)이 이해가 안 간다면 이번 편은 안 봐도 좋다. 그래도 속는 셈치고 한 번 보는 건 어떨까. 인생은 항상 뜻하지 않은 곳에 힌트가 있으니.
그럼, 통계적으로 자유도가 커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 인생에서도 자유도가 커지면 뭐가 좋은가? 이에 대해 살펴보자. 뭐든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면 동기(motivation)가 생기지 않겠는가. 일단 통계적으로 자유도가 커지면 (중략) 그 샘플들(표본)은 정규/정상 분포(normal distribution)에 가까워진다.
정규분포는 가운데가 가장 볼록하고 양쪽으로 스무스하게 꼬리를 내린 대칭으로 균형 잡힌 종(bell) 모양이다.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모습이다. 정규분포는 세상의 많은 일들, 현상들을 무한히 반복할 때 만들어진다. 물론 이론 상의 분포다. 이것이 진짜 정상(normal)인 것은 아니지만 그냥 정상분포라고도 부른다. 정규분포의 통계적 이점은 각자 한 번 찾아보라(이건 과제가 아니고 심화학습이다).
자신의 삶에서 경험을 많이 하고 제약을 줄여서 자유도가 높아진다면 우리 인생의 모습도 정규분포의 종모양처럼 아름다워질까. 실제로 정규분포는 불가능하다. 현재 내 인생의 모습이 한쪽으로 찌그러져 편포되어(skewed) 있거나 가운데가 너무 첨예하게 솟아 있다거나 하더라도 자유도를 조금씩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 간다면 조금씩 정규분포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북유럽 사람들의 높은 행복도는 좋은 복지제도 덕분이라고 흔히 추측한다. 그런데 사실 그들의 행복은 높은 삶의 자유도 때문이라고도 보는 시각이 있다.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그냥 ‘자유’가 아니라 ‘자유도’ 말이다. 경험의 수가 많아지고 제약 조건이 적어지면 높아지는 그 자유도. 한국의 급변하는 문화 속에서 사실 상 경험의 수를 늘리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제약의 범위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른 것이다.
여기서 경제력을 따지기 시작하면 종속변수인 결과를 설명하는 변량의 대부분을 경제력으로 추론하려는 심리가 발동한다. 우리는 인생의 많은 문제를 너무도 쉽게 단순하게 돈의 논리로 귀결하여 회피하고 탓하고 절망하는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본다. 인생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되도록 많은 것을 경험해 감으로써 효능감을 느끼게 된다면 제약 조건의 수 또한 줄어들 수 있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으면 동시에 제약 조건을 적극적으로 줄여가려고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방법은 각자의 방식이 있을 것이니 고민해 보자.
북아메리카 대륙은 아시아 대륙 쪽으로 해마다 1센티씩 이동해 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다 언젠가는 두 대륙이 만난 다는데. 그때는 지구상에 인류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도 아주 조금씩 알게 모르게 움직이는 지구의 대륙처럼 우리들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들이 모아지고 누적된다면 우리 인간 세상에도 서서히 변화가 오지 않을까.
이런 비약적인 기대를 해 본다. 요즘 경조증적(hypomanic) 에피소드를 겪고 있는 지 생각의 비약이 좀 심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희망을 가져본다. 근데 오늘 통계에서부터 시작했는데 왜 이런 결론이 난 거지?(바로 이것이 정신병리학에서 말하는 사고 과정의 이탈이다). 어쨌든 우리, 인생의 자유도를 한 번 높여 보자. 그리고 끝으로 어줍잖게 통계를 인생의 문제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다소 억지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