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여름방학특집) 한 번은 프로이트(3)_자신 있는 얼굴은 왼쪽? 오른쪽? [역대급 학자 외모, 시가는 필수 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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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특집_한 번은 프로이트(3)
자신 있는 얼굴은 왼쪽? 오른쪽?
[ 역대급 학자 외모, 시가는 필수 액세서리 ]
요즘 외모 토크는 새로운 금기다. 안 좋은 말은 물론 좋은 말이어도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누군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느낌을 갖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럽지만 그것을 평가하고 우열을 논하는 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고 의도했든 아니었던 차별로 이어질 소지가 많아 타인의 외모에 대한 언급 조차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프로이트의 비주얼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
프로이트의 후손 중에서는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이 나에게 소를 제기할 리도 만무하고(나는 그럴 정도의 영향력이 없음) 프로이트의 외모를 다루는 것 자체가 그의 존재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프로이트의 외모는 학자 중 단연 탑 그룹에 속한다. 인터넷 어느 포털에서든 ‘프로이’까지만 타이핑해도 아래에 프로이트와 그의 저서가 함께 리스팅 되고 ‘프로이트’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게시판에서 흑백 사진 속 멋진 프로이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프로이트가 클라크대학의 스탠리 홀(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함)의 초청으로 단 한 번 미국으로 건너가 여럿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속 프로이트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링크(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12151 두 번째 사진)를 타고 들어가 보라. 해외여행을 가서 그런지 프로이트의 표정도 밝다. 여럿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속 그의 모습이 좋다. 이것은 순전히 개취(개인의 취향)이고 다른 사람들은 프로이트의 또 다른 모습들에서 얼마든지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단체 사진에서의 모습은 나에게 2명의 유명하고 잘 생긴 사람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첫 번째는 영화배우 숀 코넬리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서 중세 수도사 복장을 한 그의 모습(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라. 영화 포스터에 수도사 옷차림에 후드를 둘러쓴 모습(https://blog.naver.com/spring_coming/221516852195)이 어딘가 프로이트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두 번째는 문학계의 영화배우 외모를 지닌 어니스트 해밍웨이(설명이 필요 없는 <노인과 바다>로도 유명한 퓰리처상과 노벨상 수상 작가)이다. 젊은 시절의 핸섬한 모습보다는 목을 감싸는 두꺼운 스웨터 차림의 꽤 나이가 든 헤밍웨이의 흑백 사진(https://blog.naver.com/sungook/120135817566)에서 프로이트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수염이 좀 나 있고 조금 나이든 서양 남성의 흑백 사진이 모두 유사할 수도 있다. 자세히 보면 분명 안 닮았지만 나에겐 세 사람이 비슷한 이미지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굳은 의지와 강인함이 느껴진다. 그것이 때로는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고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누가 편집했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떠도는 프로이트의 얼굴 변천사(https://blog.daum.net/mentor777/11261866 주욱 아래로 내려가 보라)를 보여주는 16개의 사진을 보면 그러한 단단함은 어린시절부터 평생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맨 위 왼쪽에서부터 1~16번까지 번호를 붙였을 때 9, 10, 12, 13번 정도가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이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출처: https://blog.daum.net/mentor777/11261866
맨 아랫줄의 14, 15, 16번 사진은 프로이트가 노쇠 하였을 때의 모습으로 노화는 거장 프로이트도 빗겨갈 수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다. 특히 근육의 감소가 눈에 띄고 이전과 달리 굵은 테 안경을 걸친 모습이 당당하고 때론 거만하게까지 느껴졌던 이전의 프로이트와는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맨 마지막 사진은 수십 차례의 구강암 수술 후 변형된 턱과 수술의 흔적이 드러난 모습으로 우리가 보통 병약한 노인에게서 느끼게 되는 안스러움을 자아낸다. 사실 자존심 센 프로이트는 변형된 턱과 수술의 흔적이 드러나는 오른쪽 얼굴이 드러나는 것이 싫어서 말년에는 왼쪽 얼굴 사진만을 고집했다고 전해진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프로이트의 모습 또한 왼쪽 귀를 드러내고 몸을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튼 포즈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익숙하고 또 그 모습이 익숙해서인지 더 멋지게 느껴진다. 프로이트가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어 셀카(셀피)를 즐겼다면 아마도 그 각도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외에 낯설지만 몇몇 다정한 모습의 사진이 있는데 막내딸 안나와의 컷(https://blog.naver.com/handamkmc/220434521943), 젊은 나이에 죽은 둘째 딸 소피와 손주들과의 컷(https://blog.naver.com/kicp21/222051934327)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예뻤던 딸 소피가 죽고 엄마 잃은 두 손자 중 한 명 마저 죽자 프로이트는 깊은 실의에 빠졌었다고 전해진다.
끝으로 프로이트의 수 많은 사진 안에서 그를 장식하고 있는 것 하나를 꼽아본다. 바로 시가(cigar)이다. 때론 오른손에 때론 왼손에 쥐어진 시가. 독사진이든 단체사진이든 심지어 어린 손주들과 함께 할 때에도 이 독한 담배는 빠지지 않는다. 구강암 발병이 우연찮은 일이 아닌 것이다. 구강암 수술 후에도 몰래 담배를 피웠다고 하니 프로이트의 가족들도 꽤나 골치를 썩었을 것 같다. 사실 그 고집을 어떻게 꺾을 수가 있었으랴. 질병의 심각한 고통에서 잠시나마 놓여 날 수 있게 해 준 것이 흡연이였을 텐데 또 그걸 어떻게 말릴 수 있었겠는가.
비주얼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지금 세상에 프로이트를 텍스트로만 접하는 것이 좀 답답하다면 하루 날 잡아 자신이 좋아하는 인터넷 포털에서 프로이트를 키워드로 이미지를 한 번 검색해 보라. 그의 왼쪽 얼굴, 그의 오른쪽 얼굴을 감상해 보라. 그의 눈빛을 느껴보고 그의 손에 시가가 들려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라. 그리고 그가 좋아했던 가족과 그를 한 때 좋아했고 또 그를 떠나 버렸던 지인들과 함께 한 모습도 호기심 삼아 찾아보아도 좋겠다. 외모 비교, 외모 평가의 차원이 아닌 한 인간을 알게 되는 또 다른 흥미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