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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트라이앵글 2 [노호혼처럼 끄덕끄덕]

등록일 2021-06-22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042

 

17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트라이앵글 2


[ 노호혼처럼 끄덕끄덕 ]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트라이앵글 1’의 변화 전략 1, 2에 이어 변화 전략 3을 제시한다.  변화전략 3은 정서에서 시작한다. 제목에는 ‘감정’이라고 써 두고선 본문에서는 ‘정서’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내면 중에 생각이 아닌 어떤 것, 때로는 ‘느낌’이라고도 표현하는 그것을 지칭하는 데 상기한 모든 단어(감정, 정서, 느낌 심지어 정동까지)를 일반적으로 모두 혼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또 다른 장을 할애할 테니 그 구분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  감정이라고 지칭하되 가끔 문맥상  정서라고도 쓰겠다.

 

 정서에서 시작하는 변화전략 3이다. 이 전략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용감하게 이 전략을 시행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을 수 있겠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낯선 모임에 가야 한다. 그런데 가기 싫다. 그것도 강하게 가기 싫다. 왜? 보통 많은 사람들이 ‘그냥’ 가기 싫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에 ‘그냥’은 없다. 잘, 아주 잘 살펴보면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내성적인 자신은 낯선 상황, 낯선 사람에 둘러싸였을 때 어색하고 무슨 말은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 어색한 분위기를 그냥 좋게 해 보려고 내뱉은 말은 오히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어서 난감했던 경험도 있다. 그래서 다시는 그러한 어색함, 난감함 그리고 창피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

 

 이럴 경우, 사실 자신이 감수할 수만 있다면 모임에 가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는 보통의 우리들은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대범하지도 또 권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싫어도 모임에 가야 하는데… 그 어색함, 난감함, 창피함과 같은 감정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한 감정을 혼자 조용히 수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 감정은 미래에 대해 예측해서 미리 느끼는 감정이라서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아는 맛이 무섭다’고 과거에 언제 한 번 느꼈던 어색함, 난감함, 창피함이기 때문에  이를 더 강하게 회피하려는 것이다.

 

 전략 3은 생각에서 시작하는 전략1과 행동에서 시작하는 전략2에 비해 혼자 시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전략은 타인의 도움이 제공된다면 훨씬 쉬워진다. 일단 모임에 갈 것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초조함과 불안 그리고 모임에 갔을 때 예상되는 어색, 난감, 창피의 감정을 지우지 말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그대로 토로해 보자. 이 때 사람을 잘 골라야 하는데 선택의 기준은 경청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을 붙잡고 나의 현재 마음 상태를 털어 놓아라. 이때의 마음은 주로 나의 감정이다. 우리가 평소 감정 따로 생각 따로 분리해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주로 감정을 토로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혹시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전문 경청가(흔히 심리상담자)를 찾는 것도 좋겠다. 뭐 그럴 것까지 없다면 집에 있는 반려동물이나 키우는 식물 등도 괜찮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노호혼(태양광 판을 이용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움직이는 인형) 같은 것에 대고 말하는 것도 좋다. 그 신기한 인형은 태양빛만 있다면 내 말에  무조건적으로 항상 긍정하기 때문이다. 기꺼이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겠다는 선한 동기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그 동기와는 달리 선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조언 또는 충고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다. 노혼혼은 그런 어설픈 충고도 간섭도 없다. 그냥 내 말에 끄덕거릴 뿐. 한 가지 단점은 질문을 좀 골라야 한다. ‘내가 바보 같지?’ 이런 질문은 되도록 하지 말도록(노호혼은 끄덕할테니). 물론 인내심을 가지고 길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도 괜찮다. 

 

 그렇게 감정을 표현하고 나면 내 마음은 어떨까? 최소한 처음의 감정은 좀 누그러진다. 게다가 운이 좋아 상대방이 ‘나도 그래, 나도 그랬어.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해’라고 말해준다면 훨씬 마음이 놓일 것이다.  그 이후에는 모임에 가든 안 가든 본인이 선택이겠지만 처음의 감정 상태에서는 달라져 있을 것이고 이것이 생각의 변화(모임에 가도 큰일 없겠지, 한 번 가볼까?) 또는 행동의 변화(남보다 모임에 일찍 가서 분위기에 익숙해지기)를 일으킬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전략 3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감정에서 시작하는 이 전략은 어떤 전략보다 자기 존재에 대한 존중과 수용과 더 많이 관련되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