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아스팔트 뚫고 나온 민들레의 생명력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자아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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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뚫고 나온 민들레의 생명력
[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자아 실현 ]
인본주의 심리학의 대표 주자 Carl Ransom Rogers는 심리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심리학자 중 한 명일 것이다. 그의 이론은 상담 및 심리치료 과목에서는 물론 성격심리학에서도 기본적인 심리학적 관점의 하나로 다룬다. 나는 성격심리학 수업 중 이 지점에서 학생들에게 로저스가 강조하는 자기-실현화(self-actualization) 경향성을 아스팔트 뚫고 나온 민들레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자기 실현화 경향성이 잘 드러나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찍는 미션을 부여한다.
학생들이 찾아오는 것은 민들레 비슷한 부류의 잡초 등과 같은 것이 대부분이고 하늘에 둥실 떠 다니는 구름, 강렬한 태양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모습, 친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 등도 있다. 외부의 고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려는 강한 생명력이라는 좋은 뜻을 지녔지만 뭔가 현실의 우리와는 거리가 먼 것 같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자기(또는 자아)를 실현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막연하나마 우리 일상에서 한 번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 수업을 통한 지식습득으로 자기 경향성을 불사르기엔 너무 뜨거운 우리학교의 5월 한 낮 수업시간에 자기 실현화 경향성을 찾으라는 핑계를 주어 나도 학생들도 답답한 강의실을 합법적으로 벗어날 수 있어서 좋다. 학생들은 신나게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자기 실현화 경향성을 찾아서 인증샷을 찍고 시원한 등나무 벤치(올해 철거가 되어 이제는 추억으로 남은)에 앉아서 나는 학생들이 찾아오는 인증샷을 감상하며 짧은 사연을 듣고 출석체크를 하면 된다. 단 자기 실현화 경향성에 대한 설명은 답답한 강의실에서 더위와 답답함을 인내하며 설명을 들을 후라야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