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13. 부모의 영향력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얼마나?[나 혼자 산다?]

등록일 2021-05-24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048

 

 

13

 

부모의 영향력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얼마나?


[ 나 혼자 산다? ]

 

 

 모든 사람들이 부모는 자녀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각자 그 강도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어디까지,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는 자녀의 삶에서 독립변수가 되기 쉽다. 예를 들어 부모가 1살 자녀에게 배변훈련을 엄격하게 시킬 경우, 그 ‘자녀는 수줍음이 많고 청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아이로 자라기 쉽다’고 할 수 있다. 자녀가 점점 커 갈수록 부모는 아이를 둘러싼 환경의 하나로서 아이의 삶(종속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은 끼치지 못할지라도 제 3의 변수로서 그 영향력은 유효하다. 즉 매개변수나 조절변수가 된다. 

 

 아이가 자라서 자기 스스로 독립변수가 될 경우에도 자녀 삶의 성과물에 영향을 끼치는 제 3의 변수로서의  부모 역할은 여전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독립변수가 되어 버린 자녀의 부모는 이제 자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수 많은 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모든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언제까지나 영향을 끼친다고 말할 수 없으며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이 삶의 독립변수가 되면 부모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고 급기야 제로(0)가 될 수도 있다.

 

 재야의 심리학자인 주디스 리치 해리스(Judith Rich Harris, 1938~2018)는 <양육가설(The Nurture Assumption)>에서 ‘부모영향 제로(0)’ 가설을 제시하여 인간이 겪는 많은 문제의 원인을 1차적으로 부모에게서 찾고 부모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질병(자가 면역질환)으로 인해 어린 시절 여러 차례 이사를 다녔고 본인도 아버지로부터 생물학적 취약성을 물려 받았지만 생물학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부모의 영향이 없다고 과감하게 주장하였다.

 

 발달심리학 아니 인간의 삶에서 유전 대 환경, 천성 대 양육의 문제는 영원한 쟁점이다. 이러한 거대 논쟁을 하나로 결론지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삶의 주체인 개인이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 이다. 자녀가 영원히 자신을 독립변수로 지정할 수 없다면 부모의 영향 또한 영원할 것이다. 다 큰 성인중에도 아니 고령에도 여전히 부모, 심지어 돌아가셔서 이제는 원망도 무엇도 소용없는 상황에서도 부모를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은 물리적으로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였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부모의 종속변수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리라.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누군가의 자녀이고 자녀였던 많은 이들이 부모의 영향 뿐 아니라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나 혼자 산다’를 표방하는 듯하다. 단절된 삶의 폐해나 가족의 해체, 감사의 부족 등과 같은 점을 여기에서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싫든 좋든 타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성숙한 성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인생에서 ‘자기 자신’이 독립변수로 우뚝 서야 한다. 이것이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요조건은 될 것이다.

 

 타인의 영향을 안 받기로 유명한 한 언론인이 몇 년 전 모친상을 당한 후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짧게 토로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나는 그 사람은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방목(?)되었던 것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키워졌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지금의 ‘매우’ 독립적인 삶으로 이어졌음을 강하게 느꼈다. 그는 자신의 가정사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자유와 독립에는 책임이 무겁게 따라 온다고 마무리했다. 이상 끝. 가정의 달 5월에 인간 삶의 영원한 화두 중 하나인 부모와 자녀 관계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