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떼쓰기가 심했던 남자 아이의 미래[아들을 둔 부모들은 새겨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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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기가 심했던 남자 아이의 미래
[ 아들을 둔 부모들은 새겨 듣자 ]
3살 버릇 여든 간다. 설마? 여기서 3살과 여든은 각각 어린 나이와 많은 나이를 대표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 버릇은 어떨까. 버릇은 성격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난 행동일 뿐이다. 따라서 ‘3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은 성격의 안정성, 지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활동 영역도 달라지고 생활의 주제도 달라지니까 3살 때의 버릇 자체가 여든에는 유효하지 않다. 대신 그것이 발휘되는 장면과 양상이 연령에 따라 달라지면서 유지된다고 하겠다. 그래서 3살 때의 떼쟁이는 여든의 고집불통이 된다. 그렇다면 이 말은 근거가 있는가. 3~80세의 종단연구는 어렵고 아동기와 성인기 두 시점의 기준으로 한 연구(Caspi, Elder, & Bem, 1987)에서 힌트를 얻고자 한다.
8~10세 아동의 주 양육자인 어머니 인터뷰를 통해 자녀의 성미(흔히 성질머리라고 하는)를 평가하였다. 평가 영역은 물고, 발로 차고 때리고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과 욕설, 고함, 비명 지르기 같은 표현으로 소위 떼쓰기(temper tantrum, 흔히 땡깡)였다. 이후 세월은 흘러 그때의 아이들은 30~40대 성인이 되었고 그들의 각종 생활자료(life-outcome data) 즉 직업, 결혼, 부모 역할 등이 수집되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보고한 자녀의 떼쓰기와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생활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떼쓰기가 심했을 수록 결혼 만족도가 낮았고 떼쓰기가 심했던 집단이 뗴쓰기가 적었던 집단보다 40세의 이혼률이 2배 높았다. 둘째, 아동기에 떼쓰기가 심했을 수록 군 복무 중 평가가 좋지 않았다. 떼쓰기가 심했던 남성의 경우에만 직업생활이 안정적이지 않고 실직이 많았다. 즉 여성의 경우, 아동기의 떼쓰기와 성인기의 직장생활은 관련성이 없었다.
이 연구 결과로 아동기의 뗴쓰기가 성인기 생활의 원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에서도 반복검증해 보아야 겠지만 떼쓰기와 성인기의 생활자료의 관련성은 한 번 생각해 봄직하다. 8~10세는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개인차는 있겠지만 비교적 말 잘 들을 나이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떼를 쓰고 고함 지르며 욕설을 하는 것은 확실히 이후 인생에 있어서도 부적응을 예측하게 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역전의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깨달음에 따른 부단한 노력 아니면 우리가 어찌 해 볼 수 없는 우연의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떼쟁이 아이는 커감에 따라 많은 매개변인(원인과 결과 사이에 끼인 요소)들을 거쳐 부적응을 겪는 성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 어렸을 때 일시적으로 통했던 떼쓰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단체생활에서 화합하지 못하고 자주 소속집단을 바꾸게 되고 친밀한 관계에서도 원만하게 지낼 수 없게 되는 것으로 발현 양상이 달라진다.
어떤 대상에 대한 타인의 보고가 그 사람의 미래 생활을 예측한다는 점에서 위 연구는 흥미롭지만 부모라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보고가 반드시 신뢰로운 것은 아닐 수 있으므로 또는 부모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보고가 신뢰롭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이 연구는 ‘8~10살 때 떼를 쓰던 남자 아이는 삼사십대에 직장생활도 결혼생활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것이 어렸을 때의 떼쓰기를 그냥 내 버려 둘 수만은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적어도 아들을 둔 부모는 이 점을 좀 새겨 들을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