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린아이에게 지시하는 슬기로운 방법[부드럽게 단호하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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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에게 지시하는 슬기로운 방법
[ 부드럽게 단호하게 외 ]
아이에게 지시하는 것에도 요령이 있다. 흔히 하는 실수를 보자. 첫째, 아이에 눈높이에 맞지 않는 단어의 사용과 긴 문장의 구사이다. 언어발달이 빠른 아이의 경우에도 지시는 가장 쉬운 말로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짧은 것이 좋다.
둘째, 지시하는 것을 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리얼한 삶은 비합리 투성이 아니던가. 게다가 어린 아이들은 뇌 발달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메모리 용량이 작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말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 여력이 되거나 또 무엇이든 이유를 알려줘서 납득이 되어야만 움직이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유도 조금 설명해 준다. 하지만 대개의 어린 아이들이 ‘왜 그걸 해야 해?’라고 질문할 때의 속마음은 그걸 하기 싫다는 말이다. 일상의 모든 일은 아이와 진지하게 100분 토론할 수는 없지 않은가.
셋째, 한 번에 여러가지 또는 두리뭉실하게 말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치자.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의 가지 수는 무한대이다. 대개 부모들이 아이에게 하는 말은 ‘네 방 청소 좀 해라’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을 청소하는 방법은 최소한 1가지 이상이다. 따라서 ‘책상 위의 지우개 가루를 휴지통에 버려라’ 와 같이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있는 지시가 좋다. 게다가 구체적인 지시는 이행 유무를 확인하기가 좋아 아이들이 자기 행동의 좋은 결과를 접함으로써 강화될 수 있다.
넷째, 좋은 말로 하면 안 듣는다 생각하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사실 누군들 윽박지르고 싶으며 또 누군들 윽박지르는 소리를 듣고 싶겠는가. 최악은 뒤통수에 대고 하는 말이다. 뒤통수에는 시각 중추가 있을 지 몰라도 청각 충주는 없다. 그래서 지시를 할 때는 최소한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을 마주보며 말하거나 적어도 옆에 가서 말해야 한다.
다섯째, 부드럽게 말한다고 해서 ‘OO 좀 해 줄래?’라는 식의 의문형으로 지시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나 표현은 문장이 물음표로 끝나서 그렇지 OO 좀 하라는 뜻 아닌가. 이것은 영어의 ‘Would(Coluld) you~?’에 해당되는 점잖은 말이 뿐이다. 그런데 아직 그러한 섬세한 어법을 모르는 아이의 경우에는 그냥 ‘싫어’라고 대답을 해서 우리 성인들을 당황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면 좋다. 음악 용어로 말하자면 메조포르테(약간 강하게) + 코모도(차분하게) 정도면 좋겠다. 엄마도 타고난 기질이 있는데 차분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의문문으로 말하지 말자. 정말 아이들을 훈육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이 의문문이다. 흔히 엄마들은 혼낼 때, ‘너 정말 그렇게 할래?’ 식의 표현을 무의식적으로 하는데 혹여 아이들이 ‘네’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방법이 없다.
여섯째,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가정하여 지시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냥 잔소리가 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잘 하고 있는 아이에게 한 번 더 다짐을 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나쁜 것은 아이가 내 말을 잘 듣는지 시험하기 위해서 이것저것을 시켜 보는 것이다. 연습을 시킨다 생각하겠지만 듣는 아이는 그렇지 않다. 아이도 자신의 행동이 뭔가에 보탬이 되고 필요한 것임을 알 때 행동함으로써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