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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은밀하게 행복하게[강렬하지 않을 뿐 기분은 좋음]

등록일 2021-04-27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2975

 

09.


은밀하게 행복하게


[ 강렬하지 않을 뿐 기분은 좋음 ]

 

 부정 정서보다 긍정 정서가 좋다. 이렇게 생각하면 쉬운데 막상 표현되는 구체적인 정서 단어 리스트를 보면 자신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껴진다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다음 사항을 고려해 보라. 기쁘고 즐거운 상태를 표현한다고 할 때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다. 일단 이런 사람은 얼굴과 행동에서부터 기쁨과 즐거움이 드러난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감정이 느껴진다. 넘치는 기쁨과 생생한 즐거움, 열의와 열정을 느끼는 것 같다. 반면 저런 사람은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며 차분하고 조용하게 말한다. 그래서 정말 저 사람이 즐거운 것이 의심이 들 정도이다. 여기에서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은 모두 긍정 정서를 느끼고 자기 나름대로 드러냈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정서를 주로 ‘좋다/나쁘다’의 종류로 분류하는데 익숙하고 다른 차원에서는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적 구분에 이어 더 미세하게 분류할 수 있겠다. 그런데 무엇이 조금 더 좋고 무엇이 조금 더 나쁜지에 따라 정서 상태를 나열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아예 차원이 다르다면 모를까. 그렇다. 정서의 종류라는 차원에 다른 차원을 추가해 보자. 정서를 얼마나 약하게,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 즉 정서의 강도 차원을 포함시키자. 긍정 정서를 느끼느냐와 부정 정서를 느끼는냐 못지 않게 정서를 강렬하게 느끼느냐 아니냐는 그것을 느끼는 사람에 대한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큰 차이를 일으킨다.

 

 정서 강도를 약하게 느끼는 사람은 행복상태에서 차분하고 침착하며 만족감을 조용하게 드러낸다. 이들이 부정적 정서상태에서는 가라앉는 기분과 낙담과 실망을 경험한다. 반면 정서를 강하게 느끼는 사람은 행복상태에서 매우 흥분되고 열의에 차며 감격할 수 있다. 그들은 부정 정서 또한 매우 강하게 경험을 하는데 매우 강한 불안과 급격하고 과도한 불안과 죄책감에 빠질 수 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강하게 경험하는 그들은 삶에서 돌발적이고 변동이 많은 경험을 할 것이며 기분의 변동 또한 쉬울 수 있다.

 

 이처럼 정서 강도가 높은 사람은 긍정적 사건과 부정적 사건 모두에 반응적이이서 기분이 쉽게 바뀌기 쉽다. 이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때로 정서적으로 자극적인 생활방식을 추구하고 중독에 빠지는 등 곤란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확실히 한 가지 차원을 추가하니 정서적 삶을 조금 더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람은 단순히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람으로만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를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으로도 나눌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섬세하게 개인차가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정서를 약하게 경험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서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을 부정적인 정서상태라고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에는 조용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행복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자. 행복은 반드시 넘치는 즐거움과 기쁨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