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거울 속 나는 사진 속 나보다 예쁘다[습관화와 단순노출효과의 콜라보]
08.
거울 속 나는 사진 속 나보다 예쁘다
[ 습관화와 단순노출효과의 콜라보 ]
얼굴을 씻은 다음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이 예뻐 보인다. 이러 저리 얼굴의 각도도 돌려도 보고 사진을 찍을 때는 이렇게 찍어야지 하고 생각도 해 본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 왜 나는 내가 낯설까? 지금은 스마트폰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이제 사진 속의 내 모습도 좀 익숙하지만 영 마음에 안 든다. 분명 거울 속으로 본 내 모습과는 뭔가 다른데…
그렇다. 거울 속 나의 모습과 사진 속 나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다. 거울을 보면서 오른 손을 들어 보라. 거울 속의 나는 왼손을 들고 있다. 그럼 거울 속의 나는 실제의 내 모습이 아닌 거네. 당연한 말인데 우리는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내 모습은 사진 속의 나다. 그래서 나는 사진 속의 나를 보면서 나 같지 않다고 느끼지만 남들은 평소에 보던 나의 모습이라고 말해 준다. 어떠한 이유로 우리의 얼굴은 좌우가 다르며 그래서 거울 속 얼굴과 사진 속 얼굴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두 가지가 거의 같은 사람도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경우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놀라운 사진이라며 얼굴의 좌우가 거의 100%에 가깝게 대칭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김연아의 얼굴을 좌우 비교해 놓은 사진이 있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인데 한 번 들어 보라. 김연아는 피겨에서 스핀이라는 동작을 엄청나게 많이 했을 것이다. 이 동작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작용할 것인데 이것이 얼굴과 몸의 좌우가 대칭이 되도록 하는 데 기여를 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왜 우리는 거울 속 내 얼굴이 더 익숙한 것일까? 질문을 바꾸어서, 왜 우리는 사진 속 내 얼굴이 낯선 데 비해 거울 속 내 얼굴이 더 익숙하고 예쁘게 느껴질까? 그 해답의 힌트는 습관화(habitualization) 또는 둔감화(desensitization)와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의 콜라보에서 찾을 수 있겠다.
먼저, 습관화이다. 영아들은 언어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지만 몸으로는 반응을 한다. 그래서 발달연구에서는 영아들의 인지에 관해 ‘자극을 응시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오래 응시한다는 것은 새로운 자극이라는 것, 즉 낮설고 새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극도 자주 보게 되면 식상해진다. 그래서 더 이상 쳐다보지 않는다. 따라서 영아들이 오래 응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숙하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그 자극을 ‘안다’는 뜻이다.
단순노출효과는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자주 접하게 되면 그야말로 친숙해져서 자주 접하지 않는 것에 비해서는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사회심리학에서 배우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에펠탑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는데 에펠탑이 좋아 보이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주 접하게 되면서 막연히 호감을 가지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처음에 어느 정도 호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울 속 내 모습은 탈습관화가 되어 익숙해서 더 이상 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사진 속 나보다 자주 보게 되기 때문에 친숙하며 그래서 더 호감이 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설명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늘도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며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런데 내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모습 하나는 습관화도 단순노출도 되어 있지 않은 나의 모습, 바로 나의 뒷 모습 즉, 뒤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