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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인본주의 심리학과 로저스의 어린 시절[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대신 엄격함]

등록일 2021-04-10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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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본주의 심리학자 로저스의 어린 시절 [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대신 엄격함 ]

 

 

 칼 로저스는 아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심리학자 중 한 사람일 것이다. 한국인은 카~알(Carl)을 좋아하는 것 같다. 칼 융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융(Jung)은 알파벳을 정으로 읽을 수 있어서 나는 공공연히 한국인이 정(情)을 좋아하는 만큼 융도 좋아하는 것이라고 나는 가끔 뻥치곤 한다. 어쨌든 탈모가 꽤 많이 진행되었지만 담백한 느낌의 선한 미소를 짓고 있는 로저스의 사진을 볼 때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과 공감적 이해 등을 그 얼굴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로저스는 매우 수용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 성장했을 것만 같다는 막연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로저스의 부모는 기독교 근본주의를 따랐던 사람들로서 도덕적인 행동과 근면을 강조한 데 비해 정서표현을 억제하는 것을 중요시 하였다. 한 마디로 매우 엄격한 집안에서 성장했다는 것이며 정서적인 온정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16살 때 위궤양을 앓았다고 하니 당시 로저스는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저스는 처음에는 심리학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어린 로저스는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생물과 농업에서는 10대 시절에 이미 지역에서는 두각을 드러냈었다고 한다. 그래서 농학을 전공할 생각이었다가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결국 신학교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뉴욕에서 신학교를 다니면서 로저스는 종교적 믿음에 관한 의문을 가졌고 심리학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되면서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공을 바꾸어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이후 카운슬링 계의 거물이 되었다.

 

이와 같은 성장배경은 로저스의 이론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첫째, 로저스는 유기체와 유기체의 실현화(self-actulization) 경향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그가 생물학, 농업 등에 관심이 있었던 것과도 연관이 될 수 있겠다. 그는 인간이 그 본연의 모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을 주로 식물(일종의 유기체)에 비유하는데 이를 테면 감자 같은 것이다. 땅속에 씨감자를 심어 놓는다면 이것은 반드시 싹이 나고 잎이 나고 마침내 감자가 된다. 물론 그렇게 성장하는 데에는 난관이 많다. 작은 규모라도 식물이나 작물을 키워 본 사람을 알 것이다. 그런데 감자는 인류가 지구를 떠나 다른 별로 이주할 때에도 식량자원으로 키워낼 후보 1위일 정도(영화 The Martian에 등장)로 그 생명력이 뛰어나다. 초보 농부인 나도 봄에 냉장고에 처박아 두었던 감자 몇 개를 쪼개서 그냥 땅에 묻어 둔 적이 있었는데 여름 무렵에는 감자를 제법 많이 수확했으니 감자의 생명력에 대해서는 말해 더 무엇하랴.


둘째, 로저스가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3가지 요건으로 제시한 것 중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라는 것에 관한 것이다. 이것을 생각할 때마다 사람에게서 이것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로저스가 한때 목사가 되려고 신학을 공부했다는 점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무조건적’이라는 것이 절대자인 신, 즉 천상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로저스가 신을 말 그대로 맹신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때 절대자에게 귀의하려고 했던 것만큼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차원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 내 생각이다. 

 

짤막하게 하나 더 추가하자면 어린시절 엄격했던 로저스의 가정배경은 상담자로서의 중립성을 가질 수 있는 기초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긍정적인 시각이 결과적으로 좋은 것이라서 문제가 덜 되는 것이지 사실 부정적인 시각 만큼이나 왜곡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인 시각과 자세가 내담자의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는 데 일단 좋을 것이다. 로저스가 엄격하고 절제를 강조하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고 불만을 가졌을 지는 알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그러한 로저스의 가정적 배경이 그로 하여금 공감적 이해를 강조하는 보상심리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지만 나는 감정적으로 치우지지 않는 중립적 자세가 로저스로 하여금 상담자로서의 좋은 자질과 능력을 발전시킨 것으로 본다. 물론 로저스의 개인적인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로저스는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