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느닷없는 실수에 불쑥 튀어 나오는 혼잣말 분석[겉달속같; 겉은 달라도 속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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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실수에 불쑥 튀어 나오는 혼잣말 분석
[ 겉달속같; 겉은 달라도 속은 같다 ]
느닷없는 실수에 불쑥 튀어 나오는 혼잣말에 관한 분석이다. 복습 하자면, 길을 가다 넘어졌을 때 나도 모르게 내뱉는 혼잣말이나 속엣말이 있는데 이것은 부지불식 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에서 무한반복 된다. 그래서 이것을 자동적 사고라고 이름 지었다. 그 내용은 남을 탓하거나(후보 1) 나를 탓하거나(후보 2) 이 두 가지의 믹스(후보 3)이다.
후보 1은 화가, 후보 2는 창피함, 후보 3은 당황스러움/황당함이 동반된다. 후보 1처럼 남을 탓하면 결국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유가 남에게 있어도 그로 인한 폐해가 나한테 일어날 수도 있지 않는가? 후보 2처럼 나를 탓하면 나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원인이 있으면 안 되는가? 나에게 잘못이 있을 수도 있잖아. 후보 3은 그 원인이 나이든 남이든 또 다른 외부의 알 수 없는 어떤 것이든 어떤 것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꼭 알고 이해하고 또 예측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이렇게 자꾸 딴지를 거는 이유는 자동적으로 스쳐 지나가서 거의 휘발되어 버리지만 무한반복되는 그 생각에 조금 더 파고들기 위함이다. 이것은 소크라테스의 질문을 약간 흉내 낸 것이다. 그러한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 새 그 생각의 겉을 지나 속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추컨대, 그 속은 이렇다. 후보 1의 사람은 ‘타인과 세상은 이상하더라도 나는 그래서는 안 되고 나한테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세상은 완벽해야 하니까’라고 생각한다. 후보 2의 사람은 ‘실수와 같은 바보짓을 해서는 안 된다. 왜? 나는 그런 바보짓을 해서는 안 되는 완벽한 사람이니까 적어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이다. 후보 3의 사람은 ‘당황스럽고 황당한 것은 내가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모른다 해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나는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니까’이다.
그런데 스쳐 지나가는 자동적 사고의 내용도, 정서가 모두 각각 다른 것에 비해 후보 1, 2, 3 의 속 생각은 뭔가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결국 셋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이른 바 ‘겉달속같’ 즉 겉은 달라도 속은 같다. 속에 보다 가까운 생각을 A. T. Beck은 스키마(schema), 핵심신념이라고 표현했고 이것은 천차만별인 자동적 사고보다는 훨씬 더 사람들 간에 공통점이 크다고 보았다.
나의 임상 경험과 사적 경험에 근거해 볼 때, 많은 사람들은 겉보기와는 달리 앞서 예시한 갑자기 넘어진 후보 1, 2, 3과 같은 사람처럼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의외로 완벽주의를 지향(절대 자신은 완벽주의는 아니라고 말하지만)하며 남들은 아니어도 자신은 세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타인의 실수나 고통이나 불행에 대해서는 얕은 정서적 공감을 잠시 한 뒤에 ‘받아 들여라. 할 수 없지 않느냐. 미래를 도모해라.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등으로 쿨하게 위로라는 걸 하지만 정작 나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는 그러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을 알아차렸으니까 다행이다고 생각한다. 알아차림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바깥 생각 즉 자동적 사고의 예를 정리해 보자면, ‘남은 믿을 수 없다’(후보 1), ‘실수는 바보짓이다’(후보 2).’세상에 예측하지 못할 것은 없다’(후보 3)는 생각이 있을 수 있겠다. 일상에서 늘 스쳐 지나가 버려서 모르지만 나와 나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그 자동적 사고를 포착해 보자. 알아차리려고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