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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느닷없는 실수에 불쑥 튀어 나오는 혼잣말 분석[겉달속같; 겉은 달라도 속은 같다]

등록일 2021-04-05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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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실수에 불쑥 튀어 나오는 혼잣말 분석

[ 겉달속같; 겉은 달라도 속은 같다 ]

 

느닷없는 실수에 불쑥 튀어 나오는 혼잣말에 관한 분석이다. 복습 하자면, 길을 가다 넘어졌을 때 나도 모르게 내뱉는 혼잣말이나 속엣말이 있는데 이것은 부지불식 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에서 무한반복 된다. 그래서 이것을 자동적 사고라고 이름 지었다. 그 내용은 남을 탓하거나(후보 1) 나를 탓하거나(후보 2) 이 두 가지의 믹스(후보 3)이다. 

 

후보 1은 화가, 후보 2는 창피함, 후보 3은 당황스러움/황당함이 동반된다. 후보 1처럼 남을 탓하면 결국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유가 남에게 있어도 그로 인한 폐해가 나한테 일어날 도 있지 않는가? 후보 2처럼 나를 탓하면 나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원인이 있으면 안 되는가? 나에게 잘못이 있을 수도 있잖아. 후보 3은 그 원인이 나이든 남이든 또 다른 외부의 알 수 없는 어떤 것이든 어떤 것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꼭 알고 이해하고 또 예측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이렇게 자꾸 딴지를 거는 이유는 자동적으로 스쳐 지나가서 거의 휘발되어 버리지만 무한반복되는 그 생각에 조금 더 파고들기 위함이다. 이것은 소크라테스의 질문을 약간 흉내 낸 것이다. 그러한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 새 그 생각의 겉을 지나 속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추컨대, 그 속은 이렇다. 후보 1의 사람은 타인과 세상은 이상하더라도 나는 그래서는 안 되고 나한테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세상은 완벽해야 하니까라고 생각한다. 후보 2의 사람은 실수와 같은 바보짓을 해서는 안 된다. 왜? 나는 그런 바보짓을 해서는 안 되는 완벽한 사람이니까 적어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이다. 후보 3의 사람은 당황스럽고 황당한 것은 내가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모른다 해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나는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니까이다.

 

그런데  스쳐 지나가는 자동적 사고의 내용도, 정서가 모두 각각 다른 것에 비해 후보 1, 2, 3 의 속 생각은 뭔가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결국 셋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이른 바 겉달속같’ 즉 겉은 달라도 속은 같다. 속에 보다 가까운 생각을 A. T. Beck은 스키마(schema), 핵심신념이라고 표현했고 이것은 천차만별인 자동적 사고보다는 훨씬 더 사람들 간에 공통점이 크다고 보았다.  

 

나의 임상 경험과 사적 경험에 근거해 볼 때, 많은 사람들은 겉보기와는 달리 앞서 예시한 갑자기 넘어진 후보 1, 2, 3과 같은 사람처럼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의외로 완벽주의를 지향(절대 자신은 완벽주의는 아니라고 말하지만)하며 남들은 아니어도 자신은 세상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타인의 실수나 고통이나 불행에 대해서는 얕은 정서적 공감을 잠시 한 뒤에 받아 들여라. 할 수 없지 않느냐. 미래를 도모해라.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등으로 쿨하게 위로라는 걸 하지만 정작 나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는 그러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을 알아차렸으니까 다행이다고 생각한다. 알아차림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바깥 생각 즉 자동적 사고의 예를 정리해 보자면,  남은 믿을 수 없다’(후보 1), ‘실수는 바보짓이다’(후보 2).세상에 예측하지 못할 것은 없다’(후보 3)는  생각이 있을 수 있겠다. 일상에서 늘 스쳐 지나가 버려서 모르지만 나와 나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그 자동적 사고를 포착해 보자. 알아차리려고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