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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느닷없는 실수에 불쑥 튀어 나오는 혼잣말

등록일 2021-03-29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2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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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실수에 불쑥 튀어 나오는 혼잣말


[ 숨겨진 진심, 자동적 사고 ]

 

 길을 가다 넘어졌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 있는가.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나만 들리는 정도로 하는 말이 있다. 물론 아무 말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날 수도 있다. 그 경우에도 속으로는 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후보 1은 화를 내며 누군가를 탓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누가 이런 데 뭘 갖다 놔서…’ 또는 ‘길을 이 따위로 만들어서…’ 등이다. 후보 2는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바보같이..’ 또는 ‘멍청하게…’ 아니면 ‘창피해…’ 등이다. 후보 3은 후보 1과 2의 콜라보로서 각각의 의미가 약간 희석된다. 예를 들면 ‘어이가 없네…’ 또는 ‘황당하네…’ 등이다. 여기에 간혹 행동이 동반될 수 있다. 애꿎은 길에 화풀이하거나 허겁지겁 그 자리를 떠나는 식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내가 넘어졌었다는 것은 기억하지만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내뱉었던 혼잣말이나 생각은 잊어 버린다. 희한하게도 그 느낌은 막연하게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또 다시 일상의 사소한 여러가지 실수나 예기치 못한 일(안 좋은 방향으로)들을 당했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후보1, 2, 3 중의 하나를 반복한다. 이 후보들이 바로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이다. A. T. Beck 의 인지행동치료 이론의 핵심개념이 그 자동적 사고이다. 주체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반사적으로 일어난다고 해서 자동적 사고라고 이름을 지은 것 같은데 그 방향은 주로 부정적인 것이다. 그럼, 다시 후보들로 돌아가서 당시의 사고과정을 나노 수준까지는 안 되겠지만 비교적 슬로우로 분석해 보자.


 후보 1은 남을 탓하는 것이다. 왜 남을 탓하는가. 거기에 누가 뭘 갖다 놓았던지, 자연적으로 길이 패였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는데 자신이 넘어져 놓고서는 왜 남 탓을 하는가. 나는 넘어질 사람이 아닌데 길이 잘 못 되어서, 누군가 그 길에 잘못을 저질러서 그 때문에 넘어지지 않을 사람인데 내가 넘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 원인에 대해서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후보 2는 자신을 탓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넘어지거나 실수할 사람이 아닌데 그야말로 바보같이 실수를 한 것이다. 실수를 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고 못난 것이다. 남의 실수는 괜찮다. 내가 상대방일 경우에는 너그럽게 용서도 된다. 하지만 나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왜? 나는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보 3은 내가 잘못한 것인지 외부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상황 자체가 이상하다. 사람이 늘 넘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 상황은 분명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정도의 경험은 한다고 하면 그 또한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예상치 못한 점에서 당황스럽고 가능한 이유를 봐도 딱히 이유가 될 만하지 않다고 느낀다. 내가 예상하지 못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