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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세상에 나쁜 성격은 없다.

등록일 2021-03-02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3111

01

 

세상에 나쁜 성격은 없다.

 

[ 다만 부적응을 일으키는 성격이 존재할 뿐이다 ]

 

 누구나 좋은 성격을 좋아하고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과 친구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좋은 성격일까? 그건 그렇다 치고 좋은 성격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나쁜 성격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것일까? 성격이란 바꾸기 어렵다는 것 말고 성격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성격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 성격을 구성하는 바탕이 기질이라는 타고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격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처방식으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 굳어진 하나의 패턴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성격이 대처방식의 결과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즉 대처가 성공하든 아니든 그렇게 대처하였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마치 특정한 신체부위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진 굳은살과도 같다. 굳은살이 보기 흉해서 깍아내기도 하지만 어느 새 또 동일한 부위에 굳은살이 차오르고야 만다. 큰맘 먹고 신발을 바꿔 보기도 하고 걸음걸이에도 신경을 쓰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굳은살은 또 그 자리에 채워진다. 여기서 새 신발은 환경의 변화이며 신경 쓴 걸음걸이는 의식적, 의도적 노력이다. 이처럼 굳은살에 좋은 것 나쁜 것의 구분이 없듯이 성격도 마찬가지다. 성격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환경에 대한 일종의 자신만의 반복된 대처반응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의 차원에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은살도 발바닥에 박힌 티눈의 지경이 되면 그 발의 주인은 고통을 겪게 되고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 된다. 


 때로 한 사람의 성격은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좋지 못한 영향을 줄 때이다.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 연을 끊을 수 없는 사이(가족 등)이거나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에서 주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예, 선생님이나  상사 등)이어서 역시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괴롭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관계에서는 힘의 작용이 있으며 이는 일종의 권력(power)의 역학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만나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대부분 윗사람들인 것이다. 이상한 성격을 가진 아랫사람은 어쨌든 제압을 할 수 있지만 이상한 성격을 가진 윗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사람은 ‘싸이코  또는 성격장애자다’라는 뒷담화 정도.  그런데 알고 보면 성격장애자인 윗사람도 살려고 하다 보니 거기까지 올라가다 보니 자신은 그런 줄도 모른 채 성격이 부적응적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이제는 엉뚱하게 붙어버린 굳은살이 오히려 더 편하고 열심히 살아온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까지 생각이 되어 자랑스럽고 그러한 자신의 패턴을 아랫사람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남의 굳은살까지 사랑하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나의 굳은살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났다는 것을 안다면 남의 굳은살의 생성 원리도 이해는 하자. 행여 나의 굳은살이 나에게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거나 너무 흉해서 남들에게까지 혐오감을 줄 수 있다면  이왕이면 바른 걸음걸이로 걸으려고 조금씩 의도적으로 애써 보자. 그리고 세상과의 접촉 과정에서 발생한 굳은살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가만히 멀리서 바라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