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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3189

Epilogue

 

 끝이 났다. 2018년 11월 26일에 첫 글을 올리고 꼬박 1년이 지났다. 

 처음의 야무진 다짐이 중간 중간 풀어졌다 다시 먹어졌다 했지만 꾸준하게 1년 간 글을 올렸으니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 성실성은 가히 칭찬할 만하지 않는가. 

 

 1주년 기념으로 새삼스럽게 캠퍼스를 거닐어 보았다. 

 

 이제는 얼추 경산 캠퍼스 안에 내 발길이 안 닿은 곳이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자주 가지 않아서 덜 익숙한 곳이 있다. 바로 과학생명융합대학에 소속된 학과들이 있는 건물들과 그 주변이다. 정문에서 보았을 때 성산대로 왼편에 딱 붙어 있는 건물들인데 내가 있는 곳과는 거리도 있지만 그보다 더 먼 동편 복지관이나 재활과학대학, 공과대학 쪽보다 더 안가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곳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건물 뒤뜰에 동글동글 흰 돌들을 바닥에 박아 높은 곳이 있어서 오랜 만에 발지압을 하였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그 느낌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그 곳에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고양이를 만나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러고 보니 언제인가붙어 이 길냥이들은 캠퍼스의 구성원이 되었고 마음 착한 학생들의 개냥이가 되어 학생들의 귀염과 관심을 차지하는 스타들이 되었다. 내가 주로 다니는 사회과학대학 건물 근처에 보이는 암컷 고양이는 보는 사람마다 저마다 이름을 지어주어 이름도 여러 개이며 다산의 여왕이 되어 그 일대에 거대한 일가를 이루었다. 건물에 들이지 말라는 학교 측과 몰래몰래 먹이를 주는 학생들, 특히 학업 스트레스를 케어의 본능으로 풀고자 하는 대학원생들의 숨바꼭질 속에 캠퍼스 내 고양이들은 그렇게 우리의 친구가 되었다. 보도 한 가운데 배를 까고 벌러덩 누워서 관심을 끌려는 수작을 부리는 녀석을 볼 때면 고양이의 본성에도 변화가 왔음을 확인하며 이것이 진화의 과정임을 느낀다. 고양이에 대해 생각하며 걷다보니 사범대 앞 시원스레 뻗은 가로수 길이다. 이길은 내가 ‘메타세콰이어가 아니어도 좋다‘라는 제목으로 쓴 글의 주인공이다. 구론대 메타세콰이어가 아니면 이 나무는 무엇일까? 오늘은 반드시 이름을 알아야겠다 싶어 바로 조경학과 김영표 교수님께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아니 이 세모 나무가 메타세콰이어란다. 

 

 이런.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어쩐지. 이런 시원스레 뻗은 나무가 흔지 않지. 

 

 그러고 보니 1년 동안 올린 글 중에는 이런 나의 용감무식으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일일히 정정할 수는 없으니 부디 이 글을 보신 분들은 용서를 바란다. 그리고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하므로 앞에 올린 글들을 다시 볼 때면 그 모습이 사라졌거나 변하였을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란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소중한 무언가에 대한 첫 인상을 그리고 첫 느낌만은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은 소중한 추억이 되어 영원이 남을 것이리라. 

 내가 우리학교로 왔던 그 해 봄 날 어느 이른 아침, 

 점자도서관과 사회과학대학 사잇길에서의 고라니와의 짜릿한 첫 만남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듯... 

 

 1년 동안 나의 에세이를 읽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19년 11월 25일 또 다시 종합연구동 연구실에서

 

김 근 향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