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5. ‘초록 보리 싹이 신기하다‘
초록 보리 싹이 신기하다
모든 것이 황량한 겨울이 한창이다. 희미하게나마 봄소식을 기다린다. 겨울을 좋아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새 마음은 봄을 기다린다. 이런 나의 기대는 보리에서 싹이 나듯 그렇게 시작된다.
청보리가 자라는 서문 옆 들판이 5월에 푸르게 되는 것은 갑자기가 아니다.
2월부터 짧은 잔디마냥 아니면 잡초마냥 푸릇푸릇한 무언가가 자꾸 올라온다.
날이 추워져도 비가 와도 가끔 아주 가끔 눈이 와도 점점 파래지고 숱도 많아진다.
마치 환경이 거칠수록 더 잘 자라는 느낌이다. 졸업식과 입학식, 개강을 앞둔 2월 말쯤이면 제법 파랗다.
처음엔 이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왜냐하면 내가 우리학교의 일원으로 처음 학교에 왔을 때가 2월 말이라
나는 이 후 4,5월에 펼쳐질 청보리라는 어마어마한 존재를 그 당시에는 몰랐기 때문이다.
친절하신 옆 방 교수님은 나의 끊이지 않는 자연에 대한 물음에 답을 주시고
학교의 역사를 알려 주심으로써 나의 무식을 일깨워 주신다.
역시 옆 방 교수님의 도움으로 그것이 보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제서야 보리밟기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고인이 된 대기업 총수, 고향 북한에 소떼를 몰고 갔던 그 대단한 분이 과거 한겨울에 잔디를 깔아야 하는 상황에서 보리를 뿌려서 싹을 나게 하여 위기를 모면했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것이 뻥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보리의 생명력과 그 기업총수의 센스와 창의력에 놀란다.
3월 초 보리의 싹은 제법 파래져서 대학 새내기들을 맞이한다.
새내기들이여! 이 보리처럼 씩씩하게 성장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