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 ‘동글동글 향나무 뒤로 노을이 비치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김근향 교수
조회수 2952
동글동글 향나무 뒤로 노을이 비치다
어찌 보면 촌스럽고 심심하다. 또 어찌 보면 편안하고 정갈하다.

사회대에서 영광교회 가는 길에 일정 간격을 두고 늘어선 허리가 잘록하다기보다는 배가 볼록볼록하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을 향나무가 바로 그 대상이다.
마치 가지런하게 잘라놓은 어린애들 바가지 머리와 같은 볼륨감과 터치감이 느껴진다.
푯말에 일본 향나무라고 씌어져 있는 걸 보니 예전에 유행했던 올드한 조경스타일이다.
그 느낌이 일본식 조경이나 분재에서 느꼈던 바와 흡사하다.
내 이름자와 같은 ‘향’나무이지만 그러한 인위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오히려 내 이름자와 같아서 일부러 멀리했다고 하는 것이 맞다.
어여쁘고 향기로운 장미정원을 산책하고 윗길로 올라오려니 이미 해가 기울기 시작해 노을을 배경삼아 줄지어 선 향나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동글동글 향나무의 실루엣이 어쩜 그리 정겹게 느껴지는지.
미래의 디자인 트렌드는 곡선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항상 쭉쭉 위로 뻗은 나무의 직선적 시원스러움에 감탄하고 그 큰 키를 부러워만 하였는데 향나무의 펑퍼짐하면서도 단정한 곡선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음미한다.
점점 향나무처럼 동글동글해지고 볼록해지는 누군가의 몸매가 생각나 살짝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