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3. ‘억새풀 바다를 떠다니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김근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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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 바다를 떠다니다
우리학교에 와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이 생겼다. 호기심은 물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주변 분들에게 저것은 뭐냐, 이것은 뭐냐 물어본다.
많은 분들이 나도 몰라 라고 하시지만 학과의 여러 교수님들은 꽤 정확하게 대답을 해 주신다.
그 중에는 작물이 전문분야인 분도 계시고 정확하지 않으면 또 알아봐 주시는 분도 계신다.
사실 꽤 귀찮은 일일텐데 그 분들께 감사하다.
종합연구동 뒤뜰 풀밭에서 자연 흡연구역으로 여겨지는 방부목 테라스 같은 곳 뒤로 넓게 펼쳐진 들판이 있다.

여름까지 키 큰 초록풀이 우거진 그 들판은 가을이 오면 자줏빛과 은빛으로 살랑거리다가 어느새 베이지색으로 변해간다.
점점 머리는 부풀어 오르고 색은 점점 연해지고 그러다 풍성한 긴 머리를 늘어트린다.
이제 영화 찍을 타이밍이다. 이것은 그냥 풀이 아니었구나. 항상 고민한다. 저것은 억새인가? 갈대인가? 억새란다.
나만의 기준은 물가에 있으면 갈대, 물 없는 곳에 있으면 억새. 맞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이것은 억새란다.
솜 같은 꽃이 너울거리는 억새밭 안을 걸어 다니면 구름 속을 떠다니는 기분이다.
이 모습은 종합연구동 5층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면 또 장관이다.
같은 모습도 그 안에서 볼 때와 밖에서 또는 위에서 볼 때가 다르다.
문득 어려서 온 가족이 큰 가방 들고 놀러가 나룻배 탔던 낙동강의 을숙도 갈대숲이 떠오른다.
어느새 잊고 있었던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그때는 온 가족이 함께였지. 모두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