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10. ‘안개 속에서 신비롭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김근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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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신비롭다
어려서 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주 클라크 케이블이 여주 스칼렛 오하라의 변덕에 질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영화의 제목과 달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엄청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던 것 같다.
그때 안개라는 것이 그렇게 짙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렇게 짙은 안개를 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직접 몸으로 겪었다.
문천지를 비롯하여 작은 저수지들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이른 아침에 학교 오는 길에는 안개가 자주 만난다.
때로 가시거리가 10미터 정도 된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천천히 차를 몰아 학교에 도착한다.
의외로 학교에 오면 안개가 꽤 걷혀 있다.
문천지 구경이나 해야지 하고 올라간 연구동 5층 라운지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우와.
나와 연구동 건물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구름 위에 떠 있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가.
순간 나는 신선이나 도인이 된다.
다만 손에는 지팡이나 도화가 아닌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을 뿐이다.
아주 오랜 만에 신비로움이라는 낮선 기분을 느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