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8. ‘메밀꽃이 코스모스에게 가을을 내어주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김근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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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이 코스모스에게 가을을 내어 주다
이효석의 소설에서처럼 ‘달빛에 소금을 확 뿌려 놓은 듯 아찔한 하얀 메밀꽃’은 아니더라도 초가을에는 학교 초입부터 하얀 메밀꽃 바다를 기대한다.
대구대 삼거리를 지나 대구대학교 알파벳 하나하나가 번쩍 거리는 금속판에 시선에 닿을 때쯤이면 그 뒤로 하얗게 들판을 뒤덮은 메밀꽃이 장관을 이룬 모습이 서문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올해는 메밀꽃이 안 보인다. 서운하다.
이렇게 가을이 가겠구나 하던 어느 날 그 자리에 언뜻언뜻 분홍과 하양, 보랏빛의 꽃들이 하늘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코스모스? 아 이쁘다.
가끔 여름에 일찍 피는 길가의 코스모스가 반가우면서도 미친 코스모스라고 핀잔을 줄 정도로 가을하면 사실 코스모스가 아닌가.
그런 코스모스를 하나면 발견해도 가을 정취에 빠져 들텐데 이건 뭐 온 들판이 코스모스다.
아 그런데 이 샛노랑은 또 뭐지?
온통 메밀꽃이 가득했던 들판은 분수를 뿜어내는 웅덩이 부근에서 서문쪽은 코스모스가 가득인데 그 반대쪽은 샛노랑으로 가득하다.
몇 년 전부터 우리 국토를 뒤덮은 금계국인가. 아니면 가을이니까 국화?
내일 아침에 직접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 겠다.
다음 날 가보고 또 검색을 해보니 이 샛노랑의 정체는 노랑코스모스였다. 이름 한 번 솔직하다.
하지만 분홍 코스모스와는 달리 꽃잎이 겹이다. 그래서 더 풍성하게 보이는구나.
노랑은 항상 봄의 색깔이었는데 이제 이 진한 샛노랑도 가을의 목록에 추가해야겠다.
어느 덧 하얀 메밀꽃의 존재를 잊었다. 메밀꽃! 올 해는 코스모스에게 가을을 내어 줘야겠다.
아니 돌려주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