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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3. ‘노을 속에서 어린왕자의 마음을 헤아리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김근향 교수 조회수 2915
 
노을 속에서 어린왕자의 마음을 헤아리다
 
나는 대부분 학교의 서쪽에서 논다. 영광교회를 제외하고는 내가 있는 종합연구동이 학교에서는 가장 서쪽에 있는 건물이다.
 
종합연구동 안에서도 내 연구실은 서쪽 윙이다.
 
그렇다보니 하루일과가 끝나가는 시간에도 복도에 나와 보면 햇살이 아직 살아 있다.
 
복도 끝으로 가서 지려는 해를 붙잡아 본다. 붉게 물든 노을은 붉다는 표현 안에서 편차가 크게 날마다 붉다.
 
 
그래서 연구실 복도에서 바라본 노을은 어떤 날은 쓸쓸하고 어떤 날은 장엄하고 어떤 날은 마냥 아름답다.
 
외로움이라고는 잘 타지 않는 나도 노을이라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까닭 없이 때로 쓸쓸하다.
 
작은 별에 사는 어린왕자는 의자의 위치를 고쳐가며 어떤 날은 하루에 44번이나 노을을 보았다는데.
 
그런 날은 도대체 얼마나 쓸쓸했길래.
 
어린왕자와 달리 내 별에는 수 많은 사람이 함께 살고 있지만 어린왕자의 그 마음을 한 번 헤아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