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10. ‘해질녘에 해바라기를 바라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908
해질녁에 해바라기를 바라다
최근에는 수레국화가 심겨졌었던 향토관 앞쪽 너른 들판에 예전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심어져 있었다.
해바라기라고는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특별한 감흥 없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정도인데다가
사실 요즘 제대로 된 커다란 해바라기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때 본 해바라기의 모습은 매우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 들판의 모든 해바라기는 일제히 태양을 향하고 있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려고 해도 어려울 것인데 태양은 정말 강력한 힘을 지녔다.
강요하지 않고도 저절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드니 말이다.
용기 내어 해바라기 씨앗을 한 번 먹어볼까 했는데 아직 여물지는 않은 것 같아 단념했다.
학교에서 이처럼 멋진 모습을 볼 때마다 아까워서 스마트폰으로 찍고 그 한 장면만 보는 것도 또 아까워서
때론 동영상으로 움직임과 소리까지 담아본다.
그리고도 아쉬워서 내년 이맘때쯤에 또 와서 봐야지 하고 마지막 다짐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다음 해에는 다른 식물이 심어져 있기도 하고.
그래 그냥 그 순간은 그 순간으로 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