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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7. ‘밤새 꽃무릇이 사라졌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908

밤새 꽃무릇이 사라졌다

분명히 어제 보았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빨간 꽃무릇 말이다. 

역시 처음엔 이름을 몰랐다. 종합연구동 서쪽 윙 계단을 내려가 나오는 현관 밖 화단. 주차장 입구이다. 

그곳 바위 뒤에 분명 꽃무릇이 있었다. 범덩거리는 내가 자연관찰은 좀 섬세하게 한다. 신기했다. 


빨간 꽃잎 안 쪽에서 가느다란 나일론 실 같은 수술이 나와 있었고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잎이 없다는 것이었다. 

평소 식물애호가에 꽃 피우기 전문가이신 교수님께 이 꽃을 찍어 보내드렸더니 상사화라며 답을 주셨다. 

그 상사화? 상사병 할 때 그 상사. 그렇단다. 꽃과 잎이 함께 피어 있지를 않아서 둘은 절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 그럴듯한데. 그런데 추가 정보에 의하면, 이 꽃은 꽃무릇이고 상사화는 따로 있단다. 

근데 둘 다 꽃과 잎이 함께 하지는 못하는 점은 같단다. 

그러고 보니 선운사 같은 곳에 꽃무릇 군락이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꽃무릇이 군락을 이룬다면 정말 장관이겠다. 

꽃무릇이 너무 이뻐서 누가 캐어 간 것일까? 어떤 이파리와 눈이 맞아 도망이라도 갔나? 

어쨌든 꽃씨가 근처에 뿌려져서 내년에도 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이런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한 번도 그 근처에서 꽃무릇을 볼 수 없었다. 캠퍼스의 다른 곳이라도 좋다. 

꽃무릇 본 사람 저한테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