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5. ‘비오는 골프장에서 듣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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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골프장에서 듣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건물을 나선다. 폭우일 때는 피한다. 적당히 촉촉한 것이 좋다.
물론 걷다가 비가 내리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왕 신발 젖은 거 더 과감해진다.
생활복지관 앞 분수대에도 비가 넘쳐 난다.
분수를 따로 쏘아 올릴 필요도 없다.
반대로 하늘에서 분수를 쏘아 내려 준다. 그 소리가 너무 좋다.
그런데 골프연습장 필드에 조명이 아직 안 꺼졌다.
호기심에 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저 멀리까지 시원스레 보이는 초록 필드가 멋있다.
게다가 비까지. 잠깐 비를 감상한다.
불빛에 비친 빗줄기가 하나하나 적나라하게 보인다.
아. 비는 이렇게 내리는 거구나.
비가 오면 캠퍼스는 더 예뻐진다. 비가 오면 캠퍼스는 더 깨끗해진다.
심수봉의 ‘비가 오면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노래가 아니어도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비가 오면 같이 우산을 받쳐 들고 걷고 싶은 사람이 있다. 누구에게나.
비가 오면 생각 없이 우산을 들고 나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