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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4. ‘애지원 연못에서 모네를 불러내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904

애지원 연못에서 모네를 불러내다


초봄에 그토록 단정했던 애지원은 한 여름엔 다채로워진다. 

긴 풀들은 자라서 S라인으로 연못에 적당히 허리를 담그고, 둥둥 떠 있는 수련잎 사이사이 희거나 분홍인 수련이 고고한 자태를 보이는가 하면 이제는 완전 야물어진 수양버들도 우거져 분위기를 더한다. 

이런 느낌 낯설지가 않는데. 직접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한 여름 애지원의 풍성한 정경은 흡사 모네의 수련연작과 같다. 

애지원의 별명이 모네의 연못인 이유가 달리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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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지베르니 라는 곳에 연못이 있는 자신만의 정원에서 작품활동을 하였는데 그 곳에서 그린 수련연작은 보라와 파랑, 초록의 조화가 신비로운 그림들이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그 수련연작을 둥근 벽면에 360도로 전시해 두었다. 

그 공간의 가운데에 의자를 두어 그 그림을 끊어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운 좋게 나도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수련연작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느낌이 신선하였다. 

그렇게 나는 모네의 연못을 엿보았고 학교 연못에서 모네를 다시 불러냈다. 

인상파의 창시자인 모네에게 왜 빛의 마술사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운이 좋다. 그 먼 지베르니에 가지 않아도, 오랑주리에 가지 않아도 모네의 연못을 느낄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