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3. ‘배롱나무 꽃이 밉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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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이 밉다
법행대 건너편 사회대로 가는 길에 진홍색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 그렇지. 봄 학기가 끝난다. 6월 말,
계절학기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 학교가 비워져 가는 느낌이 든다.
그럼, 이제 방학인가. 학생들은.
7월 초에 성적확인까지 하고 나면 나도 잠깐의 방학을 하고 7월 중순부터 학과의 교수님들과 또 다른 한 학기를 시작한다.
바로 교육대학원 집중 강의다. 이러한 신호가 바로 그 진홍색 꽃의 존재이다.
꽃이 백일 동안 피어 있다고 해서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 이 배롱나무 꽃은 보통 2학기가 시작될 무렵까지 간다.

대프리카라고 불려질 정도로 여름 더위가 대단한 이 지역에서 한 여름 동안 강행되는 수업은 사실 힘들다.
막상 시작하고 나면 학부생들과 달리 조금 나이가 든 학생들과의 합이 또 즐겁고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2018년 여름의 더위는 정말 역대급이었다.
그 더위 한 가운데에 심신이 지친 나에게 배롱나무 꽃의 진홍색은 더욱 진하고 선명한 것이 괜시리 얄미웠다.
더위도 타지 않고 고고하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그 높은 콧대. 왜 예쁜 것들은 독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