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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1. ‘접시꽃에 담고 싶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895


접시꽃에 담고 싶다

 


영광교회 앞에 키다리꽃이 훤칠하다. 흡사 그 모습은 품종개량한 거대 무궁화하다.

의외로 이 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꽃의 이름은 접시꽃이다. 맞다.

‘접시꽃 당신’의 그 접시꽃. 접시보다는 오목한 큰 반찬 종지가 더 맞겠다.


하지만 종지꽃보다는 접시꽃이 이름은 더 낫군.



흰 접시, 연분홍 접시, 핫핑크 접시가 길고 굵은 줄기에 주욱 매달렸다.

접시꽃에 관한 나의 추억은 소양호의 청평사라는 절집 마당의 접시꽃이다.


어느 대학 여름방학, 나는 멀리 춘천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유행가 제목처럼 ‘춘천가는 기차’를 타고. 청평사는 처음이 아니었다.


대학 1학년때 이미 동아리 엠티로 가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접시꽃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하지만 혼자 나선 여행에서는 그 동안 미처 보지 것까지 발견하게 되나보다.

진짜 여행은 홀로 떠나는 여행이지.


병든 아내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접시꽃 당신’이라는 뭉클한 시를 썼던 그 교사 시인은 지금은 정치인이 되었고 재혼도 했다지.


세월 따라, 사람 따라 접시꽃에 다른 것을 담겠지.

이제 나도 다시 만난 접시꽃에 홀로 여행에 대한 추억 대신 다른 것을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