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0. ‘라일락 잎에서 첫사랑의 맛이 나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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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잎에서 첫사랑의 맛이 나다
봄의 막바지 세찬 비바람에 웬만한 봄꽃이 다 지고 나면 서서히 녹음이 푸르러진다.
이러다 여름이 오겠지. 우리학교의 봄은 짧다. 아쉽다. 그럼 이제 봄꽃은 이렇게 끝이란 말인가?
아. 아니다. 딱하나 남았지. 이름만큼이나 빛깔도 신비로운 라일락이다.
꽃은 연한 보라빛이고 잎은 반들반들하지만 작고 파리하다.
라일락은 영광교회 가는 길에 볼 수 있지만 사실 학교 곳곳에서 언뜻언뜻 볼 수 있다.
멀리서 볼 때 보랏빛이 약간 섞인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보이면 바로 라일락이다.
대학 때 들은 풍월에 의하면, 라일락 잎을 앂어서 나는 맛이 바로 첫 사랑의 맛이란다.
첫사랑의 맛이 궁금하여 그때 씹어본 라일락 잎의 맛은 무척 썼다.
그래서 첫사랑의 맛은 바로 쓴맛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실 무슨 잎이든 쓰지 않으랴?
하지만 그때는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라일락의 클라이막스는 단연 향기이다.
은은하게 향긋하다.
꽃의 색깔이 연하고 이파리가 파리한 것은 바로 이 향기를 만드느라 에너지를 온통 다 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렇게 고쳐 말하고 싶다.
라일락의 향기는 첫사랑의 폐르몬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