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19. ‘모란에서 카리스마를 느끼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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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에서 카리스마를 느끼다
봄날 오후 ‘함께 웃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돌길을 걷는다.
신애?관에서 향토관 가는 길 중 하나인데 자갈이 깔려 있다.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그네도 있다. 혼자 차지하기에 미안해 그네를 타 본 적이 거의 없다.
그 길 끝에 사육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가끔 들었던 닭 울음소리의 근원지가 여기였던 모양이다.
그 길에서 유턴을 하여 돌아올 때는 아랫길인 애지원 연못가로 온다.
돌담 위에 꽃잎이 커서 넉넉해 보이는 자주색 꽃이 눈에 띈다.
바로 모란꽃이란다. 동양화나 병풍에서나 보던 꽃이다.
그래서 마치 현실의 꽃이 아닌 줄 알았다.
그리고 직접 마주 보고도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중국의 왕이 독신인 선덕여왕을 비아냥거릴 요량으로 나비가 없는
모란꽃 그림인가를 선물했다는 것 때문에 꽃향기에도 신경이 안 쓰였다.
그런데 모란꽃은 왠지 카리스마가 있었다.
꽃잎이 웬만한 쌈 채소의 이파리 크기 수준이다.
꽃과 잎이 옆으로 무더기를 이루는데다가 가운데 노란 수술이 풍성하여 강한 느낌을 준다.
곧 여름이 오면 오렌지색 나리꽃이 자리를 대신하여 모란꽃이 뿜어 놓은 카리스마 터를 잘 닦아 놓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