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13. ‘어스름할 때 목련이 가로등처럼 켜지다‘
등록일 2020-01-31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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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할 때 목련이 가로등처럼 켜지다
사범대 1호관 정문을 바라보고 건물 왼쪽으로 2호관으로 이어진 길에서 목련을 만났다.
개학은 했지만 봄기운이 완전하지 않아 세상이 황량한 느낌이 드는 3월이다.
사범대 1호관 정문을 바라보고 건물 왼쪽으로 2호관으로 이어진 길에서 목련을 만났다.
아직 털보숭이다. 곧 목련이 피겠지. 봄이니까.
며칠이 지나 어스름할 때 또 그 길을 지났다.
가로등을 켜기에는 아직 햇빛의 여운이 있었지만 여차하면 곧 날이 저물 것만 같다.
며칠 전에 보았을 때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목련이 검푸르스럼해져 더욱 선명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하얗게 밝아오고 있었다.

마치 방금 켠 가로등 불빛처럼 말이다.
목련의 흰색이 더욱 순결하게 느껴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하얀 목련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이 검은 실루엣으로 변해가고 나도 본능적으로 어디론가 걸음을 재촉한다.
어렸을 적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는 엄마의 고함소리가 울리면 딱일 것 같은 따스한 초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