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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관찰] 소리 내면 안 되는 세상?

등록일 2024-07-18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425

<출처 : 그냥쌤의 심리학이야기 ◁ 원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

 

 

 

1. 쉿, 소리내면 안돼요!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나는 샤이함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조금 잘해서 반장이 되곤 했다. 그런데 반장으로서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조용히 시키는 것'이다. 조잘거리는 것이 일상인 여중생 5,60여 명을 한 공간에 모아 두었는데 어떻게 조용할 수 있겠는가. 그 당시 교육의 문제점을 말하자면 입 아프고 어쨌든 나는 어이 없게도 조용히 시키는 역할을 하느라 괜힌 성질을 부렸었고 그럼에도 아이들은 끊임없이 떠들었다. 적어도 그 시절 우리는 교실에서는 '정숙'해야 했다.

더 이상 내 학창시절의 조용히 시키는 반장은 없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서로 '조용히 시키는 것'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듯 소리내는 것에 대해 무척 민감해졌다. 당연히 시끄럽게 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면 어느 정도로 소리내어야 할까. 절대 떠들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닐테고. 때와 장소, 연령 등 많은 것이 고려되어야 할 텐데... 이 부분 누가 딱 정해주면 좋겠다. 일단 세상을 먼저 관찰해 보자. 어쩔 수 없이 내 경험에 기반한다.

 

 

▶사뿐사뿐 콩

 

https://www.youtube.com/watch?v=uWqe0aV2HxM

뽀로로와 친구들의 귀여운 율동을 볼 수 있는 '층간소음예방 송(Song)'의 제목이다. 원치 않는 큰 소음은 일상의 골치거리(daily hassle)이다. 건강심리학 기말고사에 이 노래의 제목 쓰기를 출제했는데 재밌는 오답들(예: 사뿐사뿐 쿵, 콩콩콩, 콩콩 친구들, 총총총 댄스, 살금살금 쿵쿵쿵, 뽀롱뽀롱 뽀로로, 죄송합니다 등)이 많아서 지루한 채점 중에 조금은 즐거웠다. 나름 킬러 문항이었는데 이렇게 공개해서 더 이상 이 문제 출제할 수 없게 되어 쬐금 아쉽다.

어린아이들이 층간소음을 많이 유발하므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동원하여 만든 노래다. 실제로 아이들이 이 노래를 듣고 얼마나 사뿐사뿐 걸을지 모르겠지만 한창 떠들고 뛰어다닐 아이들을 강제로 제지시켜야만 하나 싶다.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잔소리하지 않고 또 이웃 간에 다툼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제발 층간소음 적게, 집 좀 잘 지어주면 좋겠다.

 

 

▶고속열차 안내방송 멘트

유아동반석에 탔음에도 아이가 찡찡거리거나 울기라도 하면 보호자는 안절부절 못한다. 기차여행으로 여러가지 호기심이 자극되어 계속되는 아이의 질문에도 엄마는 맘 놓고 충분히 대답해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열차 안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고 길게 대화하지 말아야 하니까. 창가에 앉은 경우에는 성인들도 간혹 급한 전화를 좌석에서 받기도 한다.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큰소리로 또는 약간 길게 통화를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눈쌀을 찌푸린다. 그러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여지 없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전화통화는 승객들에게 피해 가지 않게 통로에서... 자녀를 동반한 부모님은 시끄럽지 않게 신경 써... 대화는 조용히 해 주시고... 대충 이런 내용이다. 아하, 이 안내방송이 바로 내 중학시절의 '조용히 시키는 반장'의 친절한 현대 버전이였군.

 

 

 

 

 

2. 눈으로 말해요!

 

▶카페는 공부방

스벅 같은 카페가 공부방이 된 지는 오래 되었다. 오랜 만에 만난 지인과 담소를 나누려고 들어간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아니 혼자 각종 스마트 기기들을 조작하는 조용하게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인 공간에서 왠지 나만 대화를 하려니 불편함이 느껴진다. 우리 대화가 들릴 것도 같고...

카페는 원래 얘기를 나누는 곳 아니었던가. 내 돈 주고 차 한 잔 하는 데에도 괜히 눈치가 보인다. 물론 이미 시끌시끌한 무리들로 들어찬 카페는 조용히 대화하기가 어려워 또 불편하다. 대화하기에는 충분히 조용하고 눈치 보지 않을 정도로는 소음이 있는 적당한 곳? 어렵다.

 

 

▶숨 죽인 지하철

출근길 지하철이 못 견디겠는 이유는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것 외에도 숨 막히는 적막 때문이다. 미리 진동이나 무음으로 전환해 두지 못한 내 핸드폰이 눈치없이 울려대면 정말 당황하게 된다. 졸지에 민폐를 끼친 느낌이다. 지하철의 여러가지 무(無)매너에 대해 말들이 있지만 각설하고.

낮 시간에도 조용한 지하철에 들어서서 대부분 이어폰을 끼고 보이지 않는 경계선 안 자신만의 공간에서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일행과 대화라도 나누려고 하면 뭔가 뻘줌하다. 마치 독서실화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할 때와 비슷하게 불편감이 느껴진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에 지하철에 앉았을 때는 간만에 멍때리기를 하기도 하는데 건너편의 어르신과 불편한 눈맞춤만 잠깐 하다 이내 나도 스마트폰 화면으로 빠져든다. 적당한 소음, 또 사람을 거슬리게 하지 않고 오히려 수행을 높여준다는 백색소음의 정확한 정의와 강도는 모르겠지만 뭔가 우리 모두가 불편하지 않는 정도의 소음이 있을텐데...

 

↓↓↓

생활 소음에 대해서는 관련 법이 있음

'소리'로 인한 불편감이라는 것이 워낙 주관적인데다

맥락도 고려해야 하니 실제 적용 시에는

매우 어려운 문제임

그리고 법 조문 보니 더 모르겠음

소음·진동관리법 (law.go.kr)

 

 

▶경적은 폭력? 비상등은 매너?

자동차의 경적만큼 듣기 싫은 소리도 없다. 운전 중에 경적을 울릴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누군가가 나를 겨냥한 것이라면(그렇게 지각한다면) 사실과는 무관하게 금새 열 받는다. 다들 이것을 아는지 웬만하면 경적은 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적이 '간헐적 폭발장애'(흔히 분노조절장애로 알고 있는)를 유발하여 일이 꼬이게 만들기 때문인 것을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꼭 일이 꼬이게 만든 후에 후회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경적은 본래의 용도인 도로 상의 여러가지 주의, 경고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당사자가 아닌 주변의 운전자들에게는 불쾌한 소음이 될 수 있다.

 

↓↓↓

경적(클락션) 사용에 대한 친절한 설명

나는 도움이 되었음

궁금한 분들은 참고바람

https://www.youtube.com/watch?v=rIZm3imXe9o

 

한편 자동차에서 경적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비상등은 원래의 용도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매너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운전문화에 대해 외국인들은 의아해 한단다. 어쨌든 양보를 받았을 때 '꿈뻑꿈뻑', 급하게 실수한 것에 대해 '깜박깜박' 비상등을 조작해 주면 대부분 마음이 풀리고 안정이 되니 가히 써 볼만 하기는 하다.

물론 한 밤 중 반대 차로에서 비추거나 천천히 가는 차 뒤에서 뉴로틱하게 깜박거리는 상향등에는 또 열 받는다. 우리는 이렇게 자주 열 받는다. 그러나 불빛은 경적 만큼이나 열 받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의 경우, 노화 탓일 수도 있다. 점점 소리에 더 예민해지니. 하여간 그렇다.

 
 
 
 
 
3. 말할 필요 없어요!
 

▶콜 포비아

공식 명칭도 아니고 정신장애 분류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전화공포증(call-phobia/telephone phobia)' 하면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득거릴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들이 조금씩은 다 경험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정신장애 분류로 끌어와 보자면, 특정 공포증(Specific Phobia)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싶지만 그 심각성으로 볼 때 정신장애에 포함시킬 것까지는 아니고.

아직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으니 그냥 증후군(syndrome) 정도로 보는 게 어떨까 싶다. 방향은 사회불안장애(Soial Anxiety Diosrder)/사회공포증(Social Phobia) 쪽이 맞겠다. 통화를 혼자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을 어려워하고 기피하려는 특징으로 볼 때 그러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t5daewBOxqU

 

벨이 울리면 깜짝 놀라는 것은 기본이고 발신자가 아는 사람이면 뭔가 중대한 용건이 있나, 올 것이 왔구나... 내심 걱정하기도 한다. 모르는 번호는 그냥 무시하거나 받지 않으면서도 누구일까 계속 궁금해한다. 직접적인 통화보다는 문자나 SNS가 대세이다. 그런데 글자를 타이핑하는 것이 어렵거나 아예 글을 모르는 누군가도 있을텐데... 전화공포증이 있다면 문자공포증도 있지 않을까.

여하튼 음식주문, 문의, 민원 등에 관한 전화는 물론 가족, 친구, 지인과의 통화 마저 불편하고 꺼리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MZ 세대에서는 훨씬 두드러진다. 우리사회의 많은 시스템이 말이 필요 없는 쪽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유가 어떻든 이 또한 소리내지 않는 세상의 단면 아닐까.

▶그 많던 전화번호는 다 어디로 갔을까.

각종 기관, 업체 등에 전화를 걸어 물어 보고 싶지만 전화번호가 나와 있질 않다.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곳의 전화를 숨은 그림찾기 하듯 찾아야 할 지경이다. 대개 인터넷 사이트로 접속하여 전화번호가 있을 만한 화면의 하단부에도 연락처로는 이메일 주소나 SNS 계정이 있을 뿐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리터러시(Digtal Literacy)와 그 교육도 중요하지만 직접 말을 주고 받는 소통도 여전히 중요하다. 게다가 인터넷과는 접점이 없는 어르신들은 공개된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에는 관련된 일을 직접 처리하지 못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닐 것이다. 여러모로 말솜씨보다 글솜씨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나? 하지만 결국 진정한 소통은 서로 눈을 맞추고 음성을 접하며 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정답던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지가 참 오래 되었다.

▶대세는 QR

 

신문물이 쏟아진다. QR 코드를 굳이 신문물이라고 할 것도 없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듣보잡이다. 스마트폰에서 QR 코드를 감지하는 앱(리더기)을 사용하던 것을 이제는 카메라로 찍으면 바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어 더 편리해졌다. '다있소'라는 뜻의 잡화점에서도 QR을 찍으면 계산이 수월하다. 아니 이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QR은 Quick Response, 즉 빠른 응답이다. 그야말로 빠르다.

QR 코드라는 오묘한 그림을 들여다 보다보면 알 수 없는 기학학적 무늬가 이뻐 보이기도 한다. 간혹 그 안에서 미로찾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QR 코드마다 정말 모양이 다른 걸까 하는 잡생각도 해 본다. 참, 수업시간에도 입이 무거운 요즘 학생들의 속마음을 알고자 멘티미터(Mentimeter) 등을 통해 조사와 발표를 대신하곤 하는데 이때도 강의 화면에 QR 코드를 띄어주면 학생들이 순식간에 그걸 찍고 응답하고 그 결과를 함께 보며 공부를 할 수 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 또한 소리내지 않고 가능한 것이다.

↓↓↓ 시험삼아 나도 QR 을 만들어 보았음.

찍어 보세요!

 

 

 

 

 

4. 보고 싶지만,

 

▶ 보지 못하면 듣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가지 영역에 대한 장애인용 검사들이 많이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간혹 이런 생각을 한다. 일종의 밸런스 게임 같은 것인데 일종의 '사고실험'이다. 말도 안 되는 양극단 또는 두 가지 상황 중 반드시 하나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각과 청각 중 하나를 잃어야 하는 상황이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물론 실제 세상에서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예전 같으면 이 질문에 대해 매우 고민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바로 답할 수 있다. 더 잃기 싫은 것은 시각이다.

요즘 세상, 그야말로 비쥬얼이 중요하다. 이 비쥬얼은 외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각 정보 전부를 말한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유형은 점점 더 시각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들의 애로가 가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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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바라보는 세상

터널을 걷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안내견과 함께 하는 목소리가 이쁜

시각장애인 유튜버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ssStQejQHIY

 

 

▶ 귀한 '시각장애인 인지기능검사'

2023년부터 2년에 걸쳐 대구대학교 심리학과 응용심리연구소 이종구 교수님 연구팀에서 <시각장애인용 인지기능검사>를 함께 개발(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연구사업의 일환으로)하였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놀란 것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지/지능 검사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이었다. 학교와 직업 현장에서는 절실하나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놀란 것은 시각장애인들이 생각보다 점자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심지어 배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점자보다는 청각자극, 즉 기기의 도움을 받아 텍스트를 매우 빠르게 읽어주는 것을 듣고 이해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들의 듣기실력은 수준급이다.

하지만 청각화시키기 어려운 시각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는 또 어려움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오디오 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인지기능검사'은 정말 소중하다. 이 검사는 높은 퀄리티로 현장에서도 매우 환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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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인지기능검사 개발과 관련하여

출판된 연구논문

궁금한 분들은 참고하세요!

직업능력평가를 위한 시각장애인용 인지기능검사 개발 및 타당화 연구

- 장애와 고용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 논문 - DBpia

 

 

▶'소리 내면 안 되는 세상' 시리즈를 마치면서

들을 기회가 없으니 말하기도 쉽지 않다. 그 놈의 발표불안은 점점 더 심화된다. 이러다 정신장애 목록에 선택적 함구증(Selcetive Mutism) 옆에 일반적 함구증(General Mutism)이 추가될 지도 모르겠다. 급격한 인구감소, 저출산에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공간에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켜야 하는 부모는 힘이 든다. 아이 키우기도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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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함구증에 대한 치료에 대해서는

현실육아로 유명한

조선미 교수님의 솔루션을 참고하세요.

*교수님의 젊은 시절 모습, 반갑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SY-DE-trc-Q

 

비단 어린 아이와 부모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력도 청력도 점점 쇠퇴해 가는 성인들도, 선척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시각이나 청각 등과 같은 감각 결함(hadicap)를 가진 사람들도, 심지어 신문물을 잘 따라가는 듯이 보이는 젠지(Gen Z)들도 저마다 포인트는 다르지만 힘든 점이 있다.

이럴 수록 소통이 중요한데 이 소통을 '소리' 없이 하는 것 아무래도 무리 아닐까. 마음껏 소리내고 말할 수 있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세상, 어느 정도의 소음은 견뎌줄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다.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에 사는 덕에 나는 오늘도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출근할 수 있어 기쁘다.

'소리 내면 안 되는 세상'의 문제점을 해결할 뽀족한 아이디어가 현재 나에게는 없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현실을 들여다보고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이 된다는 신념으로 나의 렌즈로 세상을 관찰해 보았다. The end.

 

 

 

 

 

'번외편'

입 모양을 볼 수 없어서

비대면 수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익숙해졌고 코로나가 아니어도 간혹 기침이 심하거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마스크를 끼고 강의한다. 학생들 또한 아니 우리모두는 이제 마스크에 익숙해졌고 둔감해졌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난 후 한 학생과 대화하는 중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일상생활과 공부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약간의 청력약화로 언어장애가 있는 그 학생은 상대방이 마스크를 끼면 입모양을 볼 수 없어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차. 보고 듣는 데에 문제가 없는 사람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배려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함께 누군가에게는 말하는 사람의 사소한 입 모양도 중요한 소통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에 울찔했다.

그 친구, 코로나 과도기 수업 때 꽤나 곤혹스러웠겠다. 그런데 그 학생, 음성언어는 힘들어하지만 글솜씨가 좋아 온라인으로 글쓰기 지도까지 하는 능력자이다. 참으로 빛나는 재주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