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축하] 2020년 2월 졸업을 특별히 축하합니다!
2020년 2월 졸업을 특별히 축하합니다.

한 때는 대학 새내기였을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한 번도 휴학하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4년 전 짜릿했던 심리학세미나 수업에서 나를 만났을 것입니다.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한 명씩 앞에 나와서 자신의 장래 희망을 영어로 썼었습니다. Clinical psychologist, counseling psychologist가 대부분이었고 스펠링에 자신이 없어 쭈뼛쭈뼛하기도 했지만 모두 한 가지씩은 영어로 직업을 썼지요. 혹시 나와의 그 추억이 없다면 심리학과에 처음 들어왔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그때 가졌던 희망을, 꿈을, 목표를 아직 기억하나요? 그때 그 느낌을 아직 기억하나요? 지금 그것을 향해서 가고 있나요? 그 길을 가지 않느냐고 질책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세요. 그 길로 접어들었든, 길목에 있든, 아예 다른 길로 가든 여러분은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그 동안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 들였을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당연히 좋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당신을 만들어 온 것이니 너무 언짢아 마세요. 코로나19로 인해 졸업식을 하지 못하고 포토타임도 못 가지지만 이것 또한 먼 훗날에는 두고두고 이야기거리가 될 것이니 아쉬움은 접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앞으로의 그 길이 늘 꽃길만은 아닐테지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대학 새내기일 때 가졌던 꿈을, 그 느낌을 한 번씩 꺼내 되새겨 보세요. 그러면 조금은 힘이 되고 조금은 기분이 달라질 겁니다.
참,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뜬금없는 수시과제와 뜨악한 시험문제, 당황스러운 학점에 대해서는 널리 이해를 구합니다. 그럼, 졸업식 없는 역사적인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의 앞날을 많이 축복합니다.
2020년 2월 20일에 김근향 씀
* 종합강의동 앞에 걸린 졸업축하 현수막과 오늘 꽃망울을 터트린 종합연구동 앞 매화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