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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브랜드를 구매한다(2)

등록일 2020-03-10 작성자 박은아 조회수 2933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브랜드를 구매한다.

 

 

 

 

명품소비의 심리적기제

 

 

 

  

 

캡ㄴㅇㄴㅇㅁㅈ처.JPG

사 진 3 ‘아무리 예뻐도 똑같은 건 싫다’는 두산아파트 위브 광고.

 

 

 

 이와 같은 명품소비 현상은 이제 그동안 통념적으로 생각했던 의류나 자동차, 핸드백이나 패션제품 등 일부 내구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콩기름보다 가격이 10배 가량 비싼 올리브유, 외제나 한방 고급 화장품, 수입된 명품 분유 등을 소비하는 현상이 이미 중산층 사이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심지어는 지난 여름 시판되기 시작한 수입 심해 생수는 기존의 시판 생수보다 가격이 무려 100배 가량 비싼데도 일부 백화점의 인기 판매제품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명품을 소비하려는 욕구는 이제 모든 제품군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명품 소비의 심리적 원인을 타인의 눈에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과시적 소비 현상으로 설명한다면, 집에서 개인적으로 한번 마셔 버리면 그뿐인 생수에 값비싼 돈을 지불하는 현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들이 그 비싼 물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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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진 4 ‘당신을 감탄합니다’라는 카피의 오피러스 광고.
사 진 5 페라가모 광고.
 
 
 
 첫째, 「 나는 다르다」는 특권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광고 문구들을 보면, 「당신은 다릅니다」, 「 차이를 아는 귀하에게 바칩니다」, 「 오직 특별한 몇 분만을 위한」등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차이에 대한 욕구를 건드리는 것들이 흔히 눈에 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대중들은 소비하지 않던 고급시계, 명품 핸드백, 고급 자동차 등 몇 가지 품목에서의 소비를 통해 충분히 만족감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 품목에서 명품소비 현상이 대중화되면서 그것만으로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더 이상 충족시킬 수 없게 되자,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고급 소비의 품목을 점차로 넓혀 가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개인적인 제품군으로 확장시키게 되었다.
 
 
 둘째, 대중들의 명품 소비 현상에는「나도 뒤지지 않겠다」는 경쟁의식이 중요한 심리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단일 민족으로서 가치의 기준이 단선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무엇에서건 비교의 기준이 획일적이다. 즉, 다양하지 않은 가치구조 때문에 어떤 현상에서건 서열이 확연히 드러난다. 어떤 것에서든 최고, 최대, 일류 등의 수식어를 붙이기를 좋아하는 현상이 이런 단선적 가치구조를 드러낸다. 우리는 일등에 대해서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이등부터는 꼴찌와 비슷한 대접을 한다. 영어를 처음 배우던 중학교 시절, 세컨드 베스트(second best)라는 말을 보면서『두번째로 가장 좋다니, 이런 말이 어디 있어?』하며 이해 못했던 것은 어쩌면 우리 문화가 형성해 준 단일한 가치 기준이 머리 속에 확고해져 있었던 탓이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적 신분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인데, 물질적 성공이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고, 소유물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오늘날의 사회문화는 자연스럽게 남들이 알아주는 최고의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과 같은 소유의 경쟁으로 삶의 목표를 경도시키고 있다. 즉, 남들이 다 갖는 명품을 나만 소유하지 못했을 때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셋째로 상류층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체면의식이 명품 소비를 부추기는 심리적 요인이다. 흔히 체면 소비는 관혼상제와 같은 의례적 소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오래 전부터 지적된 것인데, 최근 명품 소비의 대중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즉,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신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남의 이목을 의식하여 겉모습을 과대포장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체면이 유지되고 얼굴이 선다고 생각한다.
 
 
 넷째는 동조하려는 욕구에서 기인된다. 우리는 집단주의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로서, 개인의 정체성보다는 개인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으로 자신을 인식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규범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무언의 압력을 받고 스스로 불안감을 갖게 된다. 따라서 모든 행동에는 행동의 기준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고, 그 기준을 따라 행동하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개인적 존재가 고립되지 않을 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자신이 어울리고 있는 준거집단이 명품을 소비하면 자신은 그런 것에 대해 관심이 없던 경우라도 차츰 자신이 속한 주위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은 동조 성향 때문에 명품을 구매하고 사용한다. 이런 경우 개인의 자발적인 선호에 의해 명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거집단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즉 유행에 따라 계속적으로 새로운 명품 브랜드를 구매하게 된다.

 

 

 

 

 

품위로서의 명품에서 스타일로서의 명품으로

 

 

샤넬.JPG 

사 진 6 샤넬 광고.
사 진 7 버버리 광고.

 

 해외의 명품 브랜드들은 그 동안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소비 성향이 강한 20∼30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하였다. 일례로 한 백화점의 연령별 해외 명품에 대한 판매량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매출 비중이 1999년에는 3.1%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13%로 증가하였고, 30대 역시 최근 3년간 28% 대의 높은 비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명품소비 현상이 일반 대중으로, 그리고 젊은 층으로 확산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기성세대에게 명품의 이미지는 품위와 품격, 부유함과 같은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와 관련된 상징들이 연합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노출기회와 지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도 이미지 면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즉, 디올의 화려함, 아르마니의 자유로움, 프라다의 세련됨 등 각각의 명품 브랜드가 표현하는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을 소비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비싼 값을 지불한 명품이라도 자신의 기호가 변하여 더 이상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가치가 없어지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으면 주저 없이 장롱 속으로 폐기해 버린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개인화되고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집단이 점차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아무리 값비싼 제품이라도 그 브랜드만의 독특한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브랜드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되고, 소비자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이미지와 스타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차리고 나아가서는 그런 것을 제시해주는 브랜드만이 진정 명품 브랜드로서의 지위와 위치를 지켜나갈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의 개성을 소비자에게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 바로 광고인 것이다.

 

 

 

 

 

 

 

 

 

 

출처 : 

박은아 교수 칼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광고정보" 연재 칼럼. 2005-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