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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웰빙, ‘ 잘살아보세’로부터 ‘삶의 질’에 대한 관심까지(2)

등록일 2020-03-10 작성자 박은아 조회수 2882

 

 

 

 

 웰빙, ‘ 잘살아보세’로부터 ‘삶의 질’에 대한 관심까지

 

 

 

 

 

 

 

 

 

 

 

 

 생존에서 삶의 질로 변화한 현대인의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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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진 3 요가, 헬스케어가 중요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몸가꾸기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가 위계를 이루고 있어서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어야 그 다음 단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한다는 이론을 제안하였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는 바로 생존을 유지하는 것으로 배고픔이나 갈증, 수면이나 성욕과 같은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를 충족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해결되면 그 다음으로는 안전의 욕구(safety need)를 충족시키고 싶어한다. 안정적인 직장, 편안한 집 등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상태로서 신체적, 심리적인 안전감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행복이라고 하는 말은 바로 이 두 가지 욕구를 충족한 것을 말한다. 과거 1960년대에 한국인 누구나가「잘 살아 보세」를 외치며 기본적인 삶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국가적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바로 전쟁의 상흔으로 생존마저 어려웠던 경제적 상황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국민소득 1만달러의 시대로 접어든 1990년대 초반 기본적인 생존의 욕구가 충족되자, 우리 국민들이 삶의 질을 논하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삶의 질(quality of lif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려고 하던 때에 IMF라는 국가적인 경제위기가 닥쳐왔고,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이 다시 생존의 문제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으로 뒷걸음질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생존 욕구는 과거와 같은 절대 빈곤을 해결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삶의 질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큼 소비 수준이 성숙했던 우리들이기에, 과거처럼 배불리 먹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고 건강하게 잘 먹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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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진 4 화장품도 단순히 색이 예쁘고, 기능이 뛰어나다는 것만으로는 팔리지 않는 게 요즘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의 하쿠호도생활연구소에서는 일본인의 향후 소비 트렌드를 감각지향적 소비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리고 감각지향적인 소비트렌드가 나타나는 이유를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1970년대에는 이성 중심이었다가 1980년대 감성 중심으로 그리고 1990년대에는 감각 중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감각적 경험을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도록 가치판단의 기준이 변화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현대인의 몸과 마음이 물질적, 기술적 풍요와는 반대로 지치고 피곤하여 감각적으로는 열악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인들은 옛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던 감각적 능력이 점차 퇴화되었다고 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식품의 유효기간 표시만 믿고 냄새만 맡으면 알 수 있는 상한 음식을 먹는다. 의사들은 화상진단기와 같은 첨단기기 덕분에 촉진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행위를 하지 않아 종종 병세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문명의 감각 수준이 향상되어 사람들이 자신의 감각기관을 이용할 기회가 점차 줄어들면서, 기본적인 감각능력이 둔화되었고 감각적 욕구를 충족시킬 기회도 점차로 줄어들었다. 즉, 감각 박탈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감각 기관을 이용할 기회가 줄어든 현대 문명이 신체가 원하는 감각적 경험과 쾌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 행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즉, 열등해진 감각기관을 보상하기 위하여 오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감각 지향적 소비가 늘게 되었고, 오감의 즐거움을 체험하는 것이 중요한 삶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밥 먹는 손을 부끄러워했던 한국 문화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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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진 5 이제는 단순히 허기를 채운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건강한 식습관을 지향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던 문화적 요인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억압된 욕구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문화 차이를 지적할 때에 흔히 식습관의 차이를 언급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대학 식당에서 학생들의 평균 식사시간이 40~50분인 것에 비해 영국 대학생들의 식사 시간은 평균 7분이라고 한다. 프랑스 사회학자의 관찰과 분석에 따르면 영국은 먹는 것을 열량을 얻는 데 필요한 하나의 사무로 간단히 취급하는 문화라고 한다. 이와 달리 프랑스는 먹는 것이 단순히 칼로리를 취하는 일이 아니라 맛있는 것을 즐기고 음미해야 하는 일종의 행사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두말할 나위 없이 전통적인 우리의 식문화는 영국형에 가깝다. 「죽지 못해 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식사는 간단히 해치워야 하는 사무이며, 그것에 쾌락적인 의미를 끼워 넣는 것은 사치요 낭비이며 부덕한 것으로까지 여겼던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문화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부덕한 것으로 여겼다. 식사 시간에 갑작스럽게 손님이라도 찾아들면 먹던 것을 황급히 치워버리는 행위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본능적 욕구 충족을 위한 먹는 행위 그 자체를 부끄럽게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의식구조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맛있다, 맛없다라고 음식에 대해 평하는 것 자체를 음식 타박이라고 폄하하였던 것에서도 우리 문화에는 식(食)을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본성인 미각적 쾌감을 억압하는 것이다. 예(禮)를 중시한 유교적 문화는 인간 본성을 가능한 한 억압하는 것을 인격 수양이라며 바람직하게 여겼다. 그렇다 보니 우리 문화에서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탐닉하는 행위는 저급한 것, 양반답지 못한 것 등 부정적인 의미들이 결부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인간 본성에 충실히 귀 기울이는 것이 자유로운 삶의 양식(여기에는 서구적인 문화라는 인식도 함께 있다)이라는 의식 변화에 한국인들은 그 동안 억압되어 있던 감각적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게 되었다. 그것은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에 열광하는 심리적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진정한 웰빙을 추구하는 네오웰빙(Neo-wellbeing)운동

 

 

 

 

 그러나 물질적, 상업적으로 치우치는 우리 사회의 웰빙 문화에 대해서는 이즈음에서 다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상업적으로 치장된 웰빙 라이프를 지양하고 웰빙 본연의 의미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네오 웰빙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네오 웰빙이란 상업적이고 물질적인 관심에서 벗어나 가정과 삶의 행복을 먼저 추구하자는 사회 대안 운동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의「100세 이상 노인의 장수요인」에 관한 한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수 요인은 화를 내지 않고 낙천적인 삶을 살며 채식 위주의 소식(小食)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된장국을 먹는 노인의 비중이 높았으며 경제 수준은 중하위 계층이 95%인 것으로 나타났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상태인 웰빙(well-being)은 상업적인 유행이나 정형화된 소비의 양식이 아니다. 좋은 행동, 건강한 생활 습관의 반복이 심신에 숙성되어야 얻을 수 있는 삶의 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물질적으로 포장된 웰빙 열품을 쫓아가면서 환호하기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삶, 자기만족에 이르는 건강한 소비가 진정한 웰빙에 이르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처 : 

박은아 교수 칼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광고정보" 연재 칼럼. 2005-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