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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웰빙, ‘ 잘살아보세’로부터 ‘삶의 질’에 대한 관심까지(1)

등록일 2020-03-10 작성자 박은아 조회수 2970

 

 

 웰빙, ‘ 잘살아보세’로부터 ‘삶의 질’에 대한 관심까지

 

 최근 매스컴에서는 기업들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1/4분기 국내 경제가 지난 해 보다 뚜렷이 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소매업자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엄동설한과 비슷하다. 얼마 전 지나간 봄 정기세일에서도 백화점들은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주머니에는 아직 봄이 찾아들지 않았다. 그런 소비자의 움츠러든 마음속에 얼마 전부터 작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바로「웰빙(well-being)」바람이다.

 

 

 

 웰빙 권하는 사회

 

 

ㅇㄴㅇ캡처ㄴㅇㄴ.JPG

사 진 1 요가하는 모습과 푸른 숲을 보여주며 업그레이드된 삶을 영위하라는 아파트광고.

 

 

 

 

 올해 초 한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04년 10대 트렌드 보고서에서는「웰빙소비 확산」이 국내 산업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에 맞추기라도 하듯 시장에는 온통 웰빙 열풍이 불고 있다. 웰빙 식품, 웰빙 가전, 웰빙 자동차, 웰빙 아파트는 물론이고 웰빙 주류, 웰빙 담배까지 상품화되고 있으며, 웰빙 섹스라는 말까지 등장하였을 정도로 웰빙 바람이 거세다. 신문에도 방송에도 온통 웰빙 뿐이다. 한국 언론재단의 뉴스검색 사이트(www.kinds.or.kr)를 통해 올해 2월 5일부터 3월 4일한달동안 종합 일간지에 실린「웰빙」관련 기사를 검색해본 결과 총 241건이 나타났다. 2003년 같은 기간 동안에 웰빙 관련 기사가 단 2건이었던 것과는 극적인 대조를 보인다. 지난해에는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잘 먹고 잘 살고 싶어 한다.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은 누군가와 감정이 상해서 싸우고 난 뒤 헤어지면서도「잘 먹고 잘 살아라」는 덕담(?)을 할 정도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의 웰빙 열풍 속에 육체적, 정신적인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wellbeing 본래의 뜻은 퇴색되고, 상대적으로 고가 소비, 사치스런 생활을 부추기는 상업적인 마케팅 전략들이 규격화, 정형화되고 있다. 요가, 스파, 헬스케어를 해야 잘 사는 것(웰빙)이고, 친환경 농산물로 담근 김치, 유기농 과일을 먹어야만 잘 먹는 것(웰빙)이다. 황토 벽지로 마감한 친환경 아파트는 웰빙 아파트, 허브나 과일, 꽃잎의 성분을 첨가한 천연화장품을 바르면 웰빙 생활이 된다. 백화점의 식품 코너에서는 각종 몸에 좋다는 수입 식품들이 진열대를 메우고, 검은 콩 우유에 이어 검은 콩 두유, 검은 콩 과자 등이 속속 개발되어 소비자의 손길을 붙잡는다. 순한 소주의 매출이 증가하고, 유기농 포도로 재배한 와인이 일반 와인보다 비싼 가격으로 등장한 것도 웰빙의 영향이다. 타르 함량이 일반 담배의 1/6 수준으로 낮아진 담배가 웰빙을 추구하는 애연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적게는 수 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 만원이 드는 스파나 피트니스 클럽, 요가 강습 등이 웰빙족의 모범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인식되면서 웰빙은 부유층의 소비문화 정도로 왜곡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생각은 한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보아도 나타난다.『 집에서도 웰빙 즐기세요』라는 헤드라인으로 웰빙의 생활방식을 소개하였는데, 이 말은 집에서는 웰빙하기 어렵다는 뜻을 읽는 이에게 함께 전해준다. 그리고 웰빙이라는 것은 목욕할 때에 허브를 이용해야 하고 요가를 해야 하며 아로마 오일로 마사지를 해야 하는 것이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캡ㄴㅇㄴㅇ처.JPG

사 진 2 검은콩 우유, 검은콩 두유 등은 웰빙 열풍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웰빙이란 단어는 삶의 자세 혹은 생활 속에 녹아있는 가치가 아니라 소비의 방식으로 전해졌다. 웰빙(well-being)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생각해보지 않은 채 막연히「좋은 것」이라는 기대감에 빠진 소비자를 향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자사의 제품에 웰빙의 무늬를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들 중에는 진정 웰빙을 추구하는 것들도 있지만, 무늬만 웰빙인 것도 많은 듯하다. 같은 식품, 동일한 제품이라도 웰빙의 이름이 붙은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비싸다. 소비자들은 혹시 가격표를 비교해 보았을까?

 

 

 

 

 

 

 

 

 

출처 : 

박은아 교수 칼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광고정보" 연재 칼럼. 2005-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