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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희생적인 자녀사랑 힘입어 고성장하는 키즈마켓(2)

등록일 2020-03-10 작성자 박은아 조회수 2918

 

 

 

 

 

희생적인 자녀사랑 힘입어 고성장하는 키즈마켓

 

 

 

 

 

부모 세대의 강한 소비욕 , 서열 나누는 가치관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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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진 4 부모들은 자신을 위한 구매는 자제하면서도 자녀들에게는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한다.


 우선 소비성향이 강한 부모세대의 특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금 현재 10대 자녀를 둔 60~70년대에 태어난 부모들은 그들의 부모가 열심히 일하고 절약한 덕택으로 어렵지만 나름대로 물질적 혜택을 받고 자란 세대이다. 또한 이들은 대체로 한두 자녀만 기르면서, 자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물질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소비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IMF로 인해 국내 경기가 어려워지고 모두가 긴축해야 한다는 국가적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소비의 즐거움에 익숙해 있던 젊은 부모들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는 뭔가 모를 위축감과 죄의식이 느껴져서 구매를 자제했지만, 아이의 것을 구매할 때는 심리적으로 정당성이 부여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비 욕구를 자녀의 물건을 사는 것으로 대신 충족시킨 덕분에 키즈 시장은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부모들에게는「내 아이만은」이란 특권 욕구가 강하다. 어느 나라 부모건 자기 자식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까 싶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그런 생각이 특히 강해 보인다. 이런 생각의 뿌리에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서열의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최고, 최대, 1등」과 같은 수식어를 좋아한다. 그 이유가 바로 서열이 분명한 수직적 가치관을 가진 사회에서 살고있기 때문이다. 대학에는 분명히 일류와 이류가 있고 직업에도 귀천이 있으며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모두가 같은 기준을 두고 살아간다. 그렇다 보니 내 자녀만은 어려서부터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싶으며, 더 좋은 교사, 더 잘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고 싶어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이기고 남들보다 잘 사는 그래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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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진 5 부모들은 자녀들의 조기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나만 안 하면..」하는 불안 심리도 크게 작용한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선행 학습의 예를 들어보자. 6학년 아이들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중학교 과정을 선행 학습하고, 중학교 2,3학년이 되면 벌써 고교 과정인 정석 수학을 공부하며 이해가 잘 안 되는 선행학습에 매달린다. 그런데 이같은 학습법은 대부분 부모의 권유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학생 개인의 학습 능력이 우수해서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 이렇게 선행학습에 매달리는가 물으면 모든 엄마들이 이구동성으로말한다. 「남들이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불안하니까」라고. 이것은 바로 타인을 따라야 일단 안심이 되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의 소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키즈 마켓의 성장은 한국인 특유의 가족주의가 잠재적인 원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내 자녀만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는 자신을 희생하며 자녀에게 최고의 것을 아낌없이 준다. 즉, 희생적인 소비행동이 잘 발현된다. 그런데 이런 행동의 심리적 기제에는 자식을 자신과 동일시(identification)하는 부모의 마음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 사람의 자기(self) 구조는 서양인의 자기 구조와 다르다. 즉, 우리는 나(self)라고 여기는 범위가 나 자신만이 아니라 내 자녀 혹은 내 부모와 같이 나와 가까운 타인, 즉 가족에게로 확장되어 그것이 함께 나(self)를 구성한다. 내가 좀 부실하더라도 내 자식이 최고가 되면 그것은 곧 내가 최고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부모 자신보다는 앞으로 잠재력이 큰 자녀에게 최고, 최상의 것을 공급하며 대리만족한다.
 이같이 한국인이 갖는 가족 중심주의는 주변 국가 즉, 일본이나 중국보다 한결 더 철저하다고 한다. 한국인은 가족 외적인 공동체를 위해 이기심을 희생하는 법이 없지만, 가족적인 사이에서는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가장 극단적인 민족이다. 자녀의 조기유학으로 홀로 한국에 남아 교육비를 보내며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의 모습이 일면 이해가 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이 자녀를 위한 희생을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광고도 아이들에게 건전한 소비 가르쳐줘야

 

 

 아이들은 광고를 좋아한다. TV를 볼 때 본프로그램보다 광고를 더 재미있게 보기도 한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은 광고의 내용을 실제와 구분을 못한 채로 다 진실이라고 믿는다. 어린이의 광고 정보처리 능력발달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6~7세 정도가 되면 광고의 내용에 대해 회의와 의심을 갖기 시작하고, 12세 정도가 되어야 어른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광고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한다. 즉,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어야 광고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정보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어린 아동들에게는 부모의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 하겠다.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소비가 주는 즐거움만을 보여줄 것이 아니라, 절제의 필요성과 합리적인 소비에 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희생적인 부모의 자녀사랑 소비덕택에 우리나라는 키즈마켓의 성장 가능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크지만, 그만큼 키즈마켓에서는 비합리적인 소비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관과 경제관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이 부모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며, 광고도 이런 역할을 나누어 맡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한편에서는 어린이 전용 백화점이 오픈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경제교육이 한창인 한국, 어린이 소비자는 분명히 우리 시대의 화두이다.

 

 

 
 

 

 
출처 : 
 

박은아 교수 칼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광고정보" 연재 칼럼. 2005-2006.

 

사진 4 -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411043158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