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관찰] 그래서 결론이 뭐지?
[출처 : 그냥쌤의 심리학이야기 ]◁ 원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요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속으로 건네는 혼잣말이 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글자 그대로는 결론을 묻는 말인데 실제로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에 가깝다. 빙빙 돌리지 말고 핵심을 말하라는 뜻이다.
영상이 시작되고 2~3분이 지나도록 배경 설명과 이런저런 이야기, 소위 말하는 '빌드업'이 이어지면 슬슬 조급해진다. 아직 짜증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10초 건너뛰기 버튼을 연타한다.
책을 읽을 때도 서론이 장황해지면 목차로 돌아가 본론 단원을 기웃거린다.

원래 두괄식으로 말하고 듣기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해졌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이 팍팍해진 걸까. 참을성이 이렇게 없었나.'
나이 탓이라고 하기엔 근거가 없다. 표본은 나 하나뿐이고 그마저 편향되어 있다. 그래서 심리학적 설명을 몇 가지 찾아보았다.
47초, 달라진 정보 소비의 속도
캘리포니아대학의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교수는 사람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얼마나 자주 주의(attention)를 전환하는지 연구해 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한 화면에 머무는 평균 시간(측정방식: 예를 들어 문서 작업하는 화면에 들어가면 그 화면에 들어서는 순간 시작 시간을 기록하고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 이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문서 작업의 종료 시간과 이메일 확인의 시작 시간을 기록)은 2004년에 약 2분 30초였다.
그러다 2012년경에는 75초, 2016년경부터는 약 47초로 짧아졌다. 중간값은 40초였다. 측정 방식이 시기마다 같지는 않아서 정확한 비교보다는 추세로 읽는 편이 안전하겠다.
물론 인간의 집중력 자체가 47초로 줄어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한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주의를 옮기기까지의 평균 시간이 그만큼 짧아졌다는 의미다.
그렇다 해도 47초다. 1분도 안 된다.
(물론 이것은 유튜브 같은 동영상 화면 간의 전환 속도는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다가 관련 영상으로 넘어가고 검색창에 새로운 질문을 입력하고 그러다 문득 휴대전화 알림을 확인한다.
하나의 정보에 머무르기보다 여러 정보를 빠르게 오가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중요해진다. 검색 결과의 제목과 요약을 훑어보고 목차를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으로 곧장 이동한다.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따라가는 것만이 정보를 얻는 방법은 아닌 것이다.

뇌에도 정보 정리함이 필요하다
왜 배경 설명보다 본론이 궁금할까.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인지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이해할 때 기존의 지식 구조, 즉 스키마(schema)를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심리학 이론에 관한 영상을 본다고 해보자. 그 이론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면 개념의 역사와 배경을 처음부터 길게 듣기보다 이번 영상이 새롭게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고 싶어진다.
핵심을 파악하고 나면 필요한 설명에 집중할 수 있고 이미 아는 내용은 빠르게 넘길 수 있다.
여기서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선행조직자는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 전에 상위 개념의 틀을 미리 제공해서 기존 지식과 연결해 주는 장치다(Ausubel, 196). 모르는 것이 많은 학습자일수록 이것이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이미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은 "그래서 이번엔 뭐가 새로운데?"라고 묻는 것이다. 지도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도는 이미 가지고 있으니 도착지만 알려 달라는 것이다.
모든 설명에서 결론을 먼저 아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면 배경 설명이 중요한 토대가 되고 때로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핵심이기도 하다.
여기에도 함정도 있다. 빨리 찾는 것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반드시 같지 않다는 점이다.

참을성의 문제일까, 목적의 문제일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든 긴 설명이 짜증 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거나 관심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사소한 일화나 긴 배경 설명도 즐겁다. 오히려 이야기가 너무 빨리 끝나면 아쉬울 때도 있다.
반면 어떤 정보를 확인하려고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정작 궁금한 내용은 나오지 않고 배경 설명만 길어진다면?
슬슬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떤 콘텐츠는 새로운 사실이나 구체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본다. 이때는 필요한 정보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이야기 자체를 즐기려고 접하는 콘텐츠도 있다. 이때는 목적지보다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같은 10분이라도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길어지는 서론 앞에서 조급해지는 것도 기다리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기대했던 정보가 좀처럼 나오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목적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그날의 기분이나 피로도, 콘텐츠에 대한 관심, 배경지식의 정도 등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ㅎㅎ 결론은 이유가 하나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원래부터 본론을 좋아하던 성향을 가진 나는 빠르게 훑는 트렌드에 편승하고 그때그때의 목적, 그날의 내적 상태 등에 의해 움직였을 것이다.
스피드가 언제나 효율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설명을 건너뛰기도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기도 한다.
요즘 나는 유튜브의 10초 건너뛰기 버튼을 자주 누른다. 그러다 너무 많이 건너뛴 나머지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다시 뒤로 돌아간다.
10초 앞으로, 다시 10초 뒤로.
그렇게 왔다 갔다 한다.
참고자료
Mark, G. (2023). Attention span: A groundbreaking way to restore balance, happiness, and productivity. Hanover Square Press.
Mills, K. (Host). (2023, February 8). Why our attention spans are shrinking, with Gloria Mark, PhD (No. 225) [Audio podcast episode]. In Speaking of psychology.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팟캐스트 듣기]
https://www.apa.org/news/podcasts/speaking-of-psychology/attention-spans
'Speaking of Psychology' 는 심리학과 일상생활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미국심리학회(APA)의 대표 팟캐스트임. 위 링크로 이동하면 해당 내용을 직접 들을 수 있음. 원문도 제공하니 참고 바람.
Ausubel, D. P. (1960). The use of advance organizers in the learning and retention of meaningful verbal material.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51(5), 267–272. https://doi.org/10.1037/h0046669
※ 이 글은 참고문헌에 제시한 연구와 이론들을 참고하여 일상에서 경험하는 정보 탐색과 조급함에
대해 생각해 본 개인적인 관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