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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심리치료] 심리학과 대학원 신입생에게

등록일 2025-03-04 작성자 김근향 조회수 142

[출처 : 그냥쌤의 심리학이야기 ]◁ 원문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바야흐르 시작의 시기다. 새내기라는 말은 대학 신입생들에게 딱이지 대학원 진학자들에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심리학 전공 학생 중에 대학원 진학을 생각해 보지 않는 학생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심리학은 배울 때는 흥미롭고 재미있는데 직업적으로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활용하려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처음의 바람과 달리 고학년이 될수록 대학원 진학에 대해 깊은 갈등을 하게 되고 소수만이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하게 된다. 요즘에는 학석사 연계 과정을 선택하여 1학기 정도의 기간(학부 4학년 2학기와 대학원 1학기를 동시에 거침)을 절약하는 학생들도 많다. 참고로 학석사 연계과정에 합격하려면 학점이 높은 것이 일단 유리하다.

어쨌든 심리학과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은 타 학과보다 높은 편이다. 대개 모교 대학원 과정으로 진학하며 일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타 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한다. 모교 대학원으로 진학할 경우, 장학금 등의 혜택이 있고 아무래도 적응이 수월한 점이 장점이다. 대학원을 어디로 갈 것인지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진학과 직업은 등 떠밀려 정해서는 안 된다.

엄밀히 말해 일반대학원 심리학과 대학원 신입생들에게 심리학과 교수로서, 또 오래 되었지만 대학원 생활을 먼저 경험해 본 선배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조언이 될 지, 잔소리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참고는 될 수 있을 것이니 못 이기는 척 한 번 보기 바란다. 심리학과 대학원이라고 했지만 사회과학계열의 타 학과의 대학원생에게도 유사하게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 대학원은 그들만의 유니버스가 있는 것 같고 그것은 나도 모른다.

첫째, 입학과 동시에 졸업 계획을 세워라. 대학원(특히 석사)은 나오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마라.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전공의 특성에 따라 졸업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정해진다. 대학원 석사 졸업이 무조건 4학기면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지만 졸업이 길어진다고 해서 능력이 없어서라고만 할 수도 없다.

응용분야, 즉 임상, 상담의 경우에는 석사 취득 후에 상위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련과정 등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석사 취득이 급선무이다. 수련과정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지 않는 졸업생들이 관련 전공분야로 취업을 하고자 하면 학부생들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만 그 경우에도 학부 졸업만으로는 취득할 수 없는 자격증 하나는 꼭 취득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한 축의 응용분야인 산업및조직, 소비자및전공 등의 전공은 석사 취득과 동시에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대학원 과정에서 일종의 수련, 즉 업무 경력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그래서 기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외(이말 오해 없기 바람) 인지, 발달, 사회, 신경과학, 계량 등의 심리학의 기초분야는 석사 취득 후 진로를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대개 연구 관련직으로 가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그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대학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졸업시기를 혼자 정하는 것은 아니고 지도교수의 결정도 중요한데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도교수는 준비가 안 된 사람을 졸업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공과 무관하게 심리학과 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자라면 경찰청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일명 케어요원, 합격하면 경장으로 시작)에도 지원할 수 있다. 아마 이런 자리가 앞으로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신학기라 캠퍼스에 신입생을 환영하고 응원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렸다. 왠지 밤이 더 잘 어울리는 대학원생을 위해 밤에 찍어 보았다.

 

둘째, 머뭇거리거나 서성거리지 마라. 그럴 시간 없다. 대학이 4년(실제 재학 기간은 더 길 수 있음)인 것에 비해 대학원 석사는 대개 2년(수료 후 졸업은 더 걸릴 수 있음)으로 절반이다. 그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가므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여러가지 잡다한 불안과 걱정은 무언가를 직접 함으로써 해소해야 한다. 뭔가를 하고 있지 않을 때 가장 불안한 법이다. 우울에는 휴식이 좀 필요하다.

셋째, 모르면 물어봐라. 물어보는 순서는 나 자신(스스로), 동기, 선배 그리고 맨 마지막에 (지도)교수이다. 요즘 보편화된 Chat GPT에게 마구 물어 봐서는 나중에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미 사용을 해 봐서 알겠지만 Chat GPT의 답변은 다소 정형화되어 있어 개성이 없다. 물론 어떻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지고 잘만 사용하면 훌륭한 비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넷째, 인생에서 자존감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라. 예상하면 덜 아프다. 특히 학부 때 학점이 높았던 학생들은 주의하라. 대학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석사학위 청구논문을 작성하는 것인데 그 시작은 연구의 주제를 잡는 것이다. 말이 쉽지 주제를 잡는 것 참으로 복잡하다. 소속된 연구실에서 주로 하는 연구주제가 있다면 그에 따르는 것도 좋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넖은 세상을 보라'는 말을 음미하라.

어쨌든 연구의 주제를 잡고 논문 리뷰하고 발표하고 지도교수로부터 피드백(지적받는 것을 포함)을 받는 그 과정에서 마음이 많이 상할 수 있다. 학부에서 시험을 잘 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과 논문을 읽고 논리적 사고를 하며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물론 모두를 다 잘하는 학생들도 있다. 과학적인 글쓰기는 일반적인 글쓰기와 또 다르다. 잘 쓰여진 논문들을 보면 알 것이다.

논문 검색 시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채널 중 하나인 구글 학술검색 화면, 아이작 뉴턴의 명언을 보라.

 

영어로 다시 한 번! 자신이 직접 거인이 되려고 하지 말고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라는 말, 대학원생들은 명심할 지어다.

 

다섯째, 학업 및 논문 스트레스 등을 연구실 내 동기나 선후배들을 통해 해소하려고 하지 마라. 그렇다고 친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리고 혹여라도 지도교수님께 위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운 좋게 인품까지 훌륭한 교수님을 만났다 하더라도 그냥 존경심만 가지면 된다. 한 가지 더하자면, 인품보다는 실력이 우선이다. 둘 다 겸비한 교수도 있지만 실력이 우선이다. 임상심리학 전공 교수가 뭐 이런 얘기를 하나 싶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최악은 실력도 인품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지만 배우는 것은 부실하고 인품만 좋은 경우도 곤란하다. 배우러 왔으니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심리학 대학원은 심리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지 인성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꾸준히 하다보면 실력 면에서도 인간적인 면에서도 분명 얻는 것은 많다. 어쨌든 대학원에서 겪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연구실 밖에서 찾는 것이 좋겠다.

* 연구비 지원을 많이 받는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다면 연구원으로서 인건비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경제적 지원이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그만큼 부담과 책임도 무겁다.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과 학위논문을 쓰는 것은 다르다.

분명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고 논문의 주제와 연관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연구 프로젝트 중의 한 꼭지를 본인의 학위논문을 위한 연구로 활용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어쨌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명심하라.

우리대학 심리학과 대학원 연구실 가는 길에 걸린 산뜻한 현수막, 봄 기운이 확 올라온다.

 

여섯째,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면 잘 안 풀릴 때가 반드시 온다. 심하게 말하면 잘 안 풀릴 때가 대부분이고 가끔씩 잘 풀린다고 보면 된다. 그럴 때 휘청할 수 있는데 까딱 잘못하면 주저 앉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당연히 '어떻게 하면 될까?'를 질문하게 되고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그 중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조언하고 싶은 것은 '왜?'라고 자문하라는 것이다.

왜 공부를 하는지, 왜 대학원에 왔는지... 평소 잘 하지 않는, 어쩌면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인데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그 질문. 하지만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되는데 그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왜' 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이다. 이것에 자기 나름대로, 잠정적이라도 답할 수 있다면 '어떻게'는 자연스럽게 찾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꼭 한 번은 질문해 보라. 왜 나는 대학원에 왔는가?

마지막으로, 부디 여기저기 떠도는 대학원 괴담(?)에 괜히 귀기울이지 말고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가기 바란다. 대학원 생활에 관해 안내하는 책이나 사이트들도 있으니 뭔가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조금 참고해도 좋을것 같다. 하지만 거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는 마라. 대학원 생활, 지금은 예상만 할 때가 아니고 직접 부딪힐 때다. 파이팅! 굿럭!